지난 27일 월요일-.

모든 회사 단체 기관의 경리 회계부서가 월말을 맞아 바쁘지만 개인도
그에 못지 않게 바쁘다.

송금할 일이 있어 은행창구가 밀릴것을 생각하고 텔레뱅킹을 시도하였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안내음성이 나왔다.

"전산망 사정으로 타행송금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 은행은 다섯 손가락안에 꼽히는 시중은행으로, 본인이 근무하는 가까운
곳에 있는 이 은행지점은 언제나 "금일 업무량 폭주로 타행송금이 불가
하오니 해당은행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대기번호표 발행기
위에, 또 해당번호 표시판에 붉은색까지 써가면서 상냥하게(?) 안내하고
있다.

결국 현금지급기에서 인출하여 다른 은행으로 가서 타행송금을 의뢰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들이 창구까지 나오지 않고도 금융거래가 가능하다며 첨단서비스를
자랑하던 이 은행은 일선창구에 급한 대기자만 밀리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전시주의적인 은행서비스(대부분의 회사가 그렇지만)에 실망과 짜증이
나지 않을수 없다.

홍현숙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