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코리안(Afrikorean)".

지난달 초 (주)대우의 아이보리코스트 수도 아비잔 무역사무소장으로
부임한 오거스틴(Broh Madou Augustin)차장을 대우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외국인치고는 밉쌀스러울 정도로 한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데다
그 자신이 한국을 "제2의 고국"으로 꼽을 만큼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어서다.

아프리카하면 으례 미개의 대륙을 연상하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그의 학력은 깜짝 놀랄만큼 화려하다.

모국인 아이보리코스트 아비잔 국립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프랑스
소르본대학과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땄고 지난 93년에는
서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가 배출한 외국인 법학박사 1호가 바로 오거스틴 차장이다.

이런 그가 대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94년2월.

바로 그 전해인 대전EXPO에서 아프리카 자문위원을 맡아 TV에
출연했다가 대우 임원의 눈에 띄어 입사제의를 받고 흔쾌히 응했다.

"원래는 학업을 마치는 대로 고국에 돌아가 변호사로 일할 생각
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우의 제의를 받고 보니 한국의 대기업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도 나중에 조국의 경제개발에 기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생각을 바꾼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대우가족의 일원이 된 오거스틴 차장은 최근 아비잔
무역소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는 (주)대우 해외사업팀에서 아.중동지역
기획개발업무를 담당했다.

그가 맡은 일은 이 지역의 시장조사와 바이어 상대.

그는 이 일을 맡은 후 93년 1억6천만달러이던 (주)대우의 대아프리카
수출을 94년에는 단박에 8억달러로 늘림으로써 상사맨으로서의 자질을
입증했다.

전공인 법학은 물론이고 국제경험과 아프리카의 경제.사회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그 밑바탕이 됐다.

특히 모국어인 프랑스어와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 스페인어 일어
등 5개국어를 능숙히 구사하는 언어능력은 그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주)대우가 오거스틴차장을 현채인 사무소장 1호로 임명한
것도 그의 이런 자질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쪽 태생이어선지 아프리카시장이 갖는 의미에 대한 오거스틴 차장의
견해는 남다른데가 있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라는 것.

넓은 국토, 우거진 밀림, 석유, 다이아몬드, 코코아, 파인애플 등 풍부한
부존자원을 갖고 있기때문이란다.

다만 그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빈국으로 남아있을 뿐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리고 이제 막 경제개발에 나서고 있는 아프리카 입장에서는 과거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 있었던 서구 선진국들보다는 같이 피지배에
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한국같은 나라가 좋은 협력 파트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임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