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파산했을 경우 예금주에게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는 예금보험공사가
오늘 발족된다.

이어서 내년 1월부터는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및 외국은행 지점들의
예금 적금 부금 원본보존 금전신탁 잔액에 대해 해마다 0.02%의 보험료를
받고 1인당 2,000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해주는 예금보험 업무가 시작된다.

금융자율화가 진행되면 시장경쟁에서 탈락해 부실화될 경우 은행도
파산하거나 제3자에 인수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결과 경쟁이 촉진되고 경영효율이 향상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위험도 커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을 줄이고 자율경영의 책임을 은행과 예금주가 나눠
부담하는 예금보험 제도의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금보험 제도가 도입됐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도입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예금보험공사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에 유의하여 운영의
묘를 살려주기 바란다.

가장 먼저 예방이 최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공사에 예금보험기금이 설치되고 올해 정부 예산에서 100억원이 출연
되지만 앞으로 상당기간 예금보험료가 쌓이기 전까지는 기금 규모가
보잘것 없는 실정이다.

설령 기금규모가 커진 뒤에도 부실은행을 뒤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 뻔하다.

게다가 비록 보험금을 지급받는다 해도 최고한도가 2,000만원이기
때문에 일단 은행이 부실화되면 금융불안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예금보험공사 출범과는 별개 문제로서 은행경영에 대한 철저한
사전감독과 더불어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예금보험공사는 은행의 내부 안전장치및 자구노력을 최대한
강화하고도 부족한 한계부분만을 떠맡는 수밖에 없다.

다른 한가지는 예금보험을 믿고 공격적인 경영을 함으로써 경영부실의
확률이 높아지는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 )및 경영상태가 좋지않은
은행들만 예금보험에 가입해 예금보험기구가 부실해지는 역선택( adverse
selection )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당장은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고 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 시행하기 어렵지만 가능한한 빨리 은행경영상태에 따라 보험료율을
차등화하고 의무가입 대신 선별적으로 가입하게 해야 한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가능한한 정부개입을 줄여 예금보험의 취지를
살리고 관료주의의 비능률을 막기위해 운영주체도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끝으로 예금보험 업무에 필요한 자료제출 요구가 은행감독 업무와 중복
되지 않도록 슬기롭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자칫하면 은행들에 2중의 부담을 주는 한편으로 감독업무도 비효율적으로
되기 쉽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최소의 사회적 비용으로 은행의 자율경영을 촉진하고
동시에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는 중요한 기구인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은행들도 공사가 옥상옥의 불필요한 기구가 되지 않도록 자율
경영에 힘써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