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사활을 걸고 2년여동안 유치경쟁을 벌였던 2002년 월드컵이
공동개최쪽으로 결말이 나자 국제축구연맹(FIFA)의 향후 진로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년동안 FIFA를 좌지우지해온 주앙 아벨란제회장의 시대는 끝이 나는가,
가장 많은 집행위원들을 확보하고 있는 유럽이 FIFA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할
것인가, 공동개최 당사자라고 할수있는 정몽준부회장의 FIFA내 입지는
어떻게 될것인가.

이번 FIFA 집행위원회의 규정개정은 월드컵사상 최초의 공동개최 선례를
남겼지만 아벨란제로서는 "무소불위"의 권위에 타격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그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단독개최방침이 집행위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고,
그것은 "아벨란제의 독주시대"가 더이상 지속될수 없음을 시사하기 때문
이다.

80 고령의 아벨란제는 오는 98년 회장선거에 나설 의향을 피력하는등
공공연히 노욕을 드러내 왔다.

회장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않고 노골적으로 일본지지를 선언해온 그의
행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FIFA가 그의 뜻대로 모든 일이 처리되지 않게 되었다.

유럽연맹의 레나르트 요한손회장을 비롯 정몽준부회장 잭 워너 북중미연맹
회장등 개혁파들이 앞장서 FIFA행정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FIFA내에서 아벨란제의 위상이 좁아지는데 반비례해 그의 독선에 반대해온
세력들의 입지는 넓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FIFA내에서 아벨란제이후 대권주자로 인식돼온 요한손회장은 집행
위원회회의를 계기로 더욱 위상을 공고히 하게 됐다.

한일간 치열한 유치경쟁으로 파생될 사태를 예견하고 앞장서 공동개최안을
상정, 규정개정을 이끌었다는 점이 집행위원들 사이에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가 유럽표를 결속하면서 나머지 대륙의 개혁파들을 껴안는데 성공하면
98년 회장선거에서 무난히 당선되리라는게 중론이다.

그렇게 되면 FIFA의 주도권은 남미에서 유럽으로 이동될 것이 뻔하다.

정몽준부회장도 이번 회의를 계기로 FIFA내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회장은 단독-공동개최 사이에서 유연한 입장을 견지, 집행위원들의
지지를 넓혀 왔다.

한편 FIFA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벨란제 1인체제"에서 급속도로 변화의
길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TV중계권협상 개최지선정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공개행정을
펼치게 될 것이고 모든 의사결정은 회장보다는 집행위원들의 합의아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