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승진도 스트레스가 된다.

얼른 들으면 잘 이해가 안된다.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을텐데 스트레스라니, 그러나 사실이다.

기쁨과 흥분도 잠시,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잘해야 된다는 강박감도 그만큼 커진다.

그러니 승진과 같은 긍정적 변화조차도 사람에 따라서는 큰 스트레스원이
될 수 있다.

K씨는 완벽주의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맡은 일은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러니 출세가 빠를 수 밖에.

그러나 승진 후 얼마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왠지 새로운 일에 집중이 되지 않고 짜증만 늘었다.

식욕도 없고 소화도 안되고 늘 피곤하기만 하다.

급기야 의욕도 떨어지고 불면증이 생겨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아졌다.

출근길에 불안 발작을 경험하고 놀라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결국
정신과로 의뢰되었다.

승진 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증 우울증의 증상이 시작된
것이다.

휴식도 없이 일에 몰두한 문제였다.

K씨처럼 조급하고 경쟁적 완벽적인 성격의 소유자를 A형 성격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좋은 면이 있지만 조그마한 실수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증과 조급함이 문제다.

그러니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성공 우울증"에 걸리기가 쉽다.

승진에는 직무와 인간 관계등 여러가지 변화가 동반된다.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특히 과장 부장등 중간관리자로 승진한 경우 문제가 많이 생긴다.

권한이 커진 것보다 몇배로 책임이 많아진다.

그러니 늘 긴장속에 살게된다.

이런 긴장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시킨다.

늘 피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근 골격계의 지속된 긴장에 따라 두통이 자주 온다.

오후가 되면 목이 뻐근하고 땅기는 증상이 생긴다.

이게 관리직에 흔한 전형적 긴장성 두통이다.

근 골격계외에 스트레스에 취약한 기관이 심장과 위장이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자율신경계가 만성적인 흥분상태에 놓이게 된다.

심장박동과 심근수축력이 증가되고 관상동맥은 이완된다.

그래서 고혈압과 심장병이 쉽게 악화되기도 한다.

위장의 혈액순환이 감소되어 소화도 잘 안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위액분비가 지속되고 이게 위궤양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 증상에 따른 치료만으로는 호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원인이 스트레스에 있는 까닭이다.

그러니 대증요법과 더불어 적절한 스트레스 대처법을 익히는게
필수적이다.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병이 될 수도 있고
우리 인생에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