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과는 달리 발행 수표가 부도가 났을 경우 형사처벌을 가하는 부정수표
단속법이 위헌 시비에 휘말렸다.

3일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전직 중소기업체 사장 이모씨는 최근 현행
부정수표단속법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및
창의의 존중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씨는 청구서에서 "현실적인 거래관행에서 어음과 수표 모두 발행인이
약속기일에 돈을 지급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교부하는 것이 통례라는
점에서 수표에 대해서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개인간의 다양한 경제활동에는 국가의 불간섭원칙이 적용돼야
하며이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입법의 재량권을 일탈,
헌법상의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되며 헌법 전문의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66년 제정된 부정수표단속법은 어음의 경우 부도가 나더라도 민사
책임을 묻는데 그치는 반면 이와 성격이 유사한 부도수표 발행자에 대해서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수표금액의 10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종종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이 법은 특히 우리나라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사업상일시적인 자금난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고의성 없이 부도를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도 형사처벌까지 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인식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상태여서 헌재의 판결이 주목된다.

재경원과 법무부 등 관계당국은 그러나 우리 경제여건을 볼때 부정수표단속
법의폐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고 대응논리 개발에 공조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재경원 관계자는 "수표가 현금처럼 유통되는 현실에 비춰볼때 부도수표
발행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면제될 경우 신용사회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