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호 < 전 고려대 법대 교수 >

1492년 미대륙을 발견한 콜롬부스는 이후 그곳을 모두 네번 다녀갔다.

그는 1504년의 마지막번째 귀로에 자메이카에서 원주민들과의 불화때문에
곤경에 빠지게 된 적이 있다.

그들이 물과 식료품 거래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때 콜롬부스는 교묘하게 재치를 발휘해서 위기를 모면했다.

원주민들의 추장을 불러 물과 식료품을 팔지 않으면 달을 가려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처음에는 쓴 웃음을 짓던 그들은 밤에 달이 점점 빛을 잃어가면서 작아지는
모습을 보자 콜롬부스에게 모든 것을 다드릴테니 달만은 다시 밝게 해달라고
애걸했다.

콜롬부스는 월식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15세기이래 유럽인들이 바다를 이용하여 주로 해적활동으로 나라의
힘을 펼치전 시대의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조선술과 항해술이 발달되기 전에는 대륙민족들이 힘께나 썼다.

그 후부터 세상은 바다를 제패한 민족들의 천하가되고 만다.

그래서 바다를 자연의 방패로 여겨 해군예산을 위락시설 만드는데 전용한
청나라는 바다를 건너온 "서양의 오랑캐"들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몽고와 제정 러시아 역시 바다에서는 힘을 못써서 결국 그꼴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3면이 바다"라는 말을 즐겨 쓴다.

그런데, 이것처럼 무의미한 말도 드물다.

바다 이야기만 나오면 장보고와 이순신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들의 시대가 끝난후 우리는 바다를 처다보고만 있었을 뿐,
들어가거나 건너가지 않았다.

그 까닭이야 어찌되었던, 그래서 우리는 눈앞의 대마도 하나쯤도
우리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일본이 갑자기 독도를 제 것이라고 우겨대는 까닭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우리는 매년 5월31일을 "바다의 날"로 정했고 이번에 이것을 기리는
자리에서 "해양부"를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그 계획을 발표했다.

왜 이제서야 이리하는 지는 새삼 따질 필요도 없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바다 건너 먼 나라들로부터 원료를 수입하고 그것을 가공.수출하여
먹고사는 나라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직은 바다만이 거의 유일한 젖줄의 구실을 하고 있다.

이외에 원양어업 해저광물자원개발 해양환경보호 해양안보 등등을 따져
본다면 우리는 바다를 떠나서 살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1961년까지는 "해무청"이라는 기구가 바다에 관한
모든 임무를 떠맡고 있었는데, 그해 하나의 해괴한 이유 때문에 해무청이
공중분해를 당했다.

그리하여 수산은 농림부에, 해빈 자랑은 상공부에 해양경찰은 내무부에서
각기의 붓자식 노릇을 해야하는 신세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해양업무는 무려 12개 부처에 분산되어 있어서 마치 매우
기능적으로 잘되고 있는듯이 보인다.

그러나 한마디 익살을 부려보자면 약방 많은 동네 사람들 몸 건강한 것
못보았고, 외국어 학원 많은 나라 사람들 외국어 제대로 하는 것 아직
못보았다는 표현을 쓸수 있을듯 하다.

1982년 UN해양법햄약이 1994년에 발효됐고 우리나라도 금녀에 다른 90여개
나라와 함께 협약가입국 대열에 끼었다 이웃 일본과 중국도 이달안에 해양샘
협약을 비준 할 것이라고 한다.

이리하여 세계는 다시 바다의 시대로 되돌아오고 있다.

육지의 자원이 한계를 보인지 이미 오래라는 점도 "바다의시대"로의 복귀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대세에 맞춰 우리도 정보내의 해양관계부처를 통합하애 단일기구로
새 출발하게 된 것은 해양행정의 능률을 생각할 때 추호도 이론이 있을수
없다.

먼 바다에서 잡혀온 썩은 생선 한마리를 둘러싸고 여러부처가 몇번씩
회의를 할 필요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기구의 통폐합 때마다 나타나는 옹졸한 부처이기주의는 아마
이번에도 여러가지 그 구차한 형태로 모습을 보일수 있다.

우리에게는 자기 재임중에 예산이나 기구가 늘어나면 유능한 관리자이고,
반대로 줄어들면 그사람의 무능으로 자타에의 해 간수라는 풍조가 있어왔다.

따라서 이제는 소신있는 "촌 사람"에게 맡길 때가 왔다.

현재 전 세계에는 40개의 내륙국들이 있다.

이중에서 국토가 넓은 나라 사람들중에는 평생 바다 한번 못보고 일생을
마치는 자들이 부지기수다.

이러한 내륙국 들까지도 결속하여 바다에 관한 여러 권리를 확보했다.

스위스 같은 나라는 상선대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3면이 바다라고 입빈 자랑만 철 것이 아니라 몸으로 뛰어들
때가 왔다.

바다를 잘 가꾸면 육지나 다름없다.

신토불이라면 왜 수토불이는 아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