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와 물가불안에 따른 경제난기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부 품목에 의존하고 있는 수출산업구조의 저변을 확대하는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과소비를
진정시키기 위해 장기저축의 면세범위를 확대하는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민간업계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원화가치의 절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쪽에서는 인위적인 환율절하등 대증요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경제난기류에 대한 처방전도 제각각이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경제난기류해소방안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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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찬 재경원 경제정책국장 =성장은 당초 예상보다 괜찮은 모습이다.

물가는 불안요인이 있으나 당초전망 수준에서 안정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경상수지가 다소 안좋은데 이는 장기.구조적으로 접근해야할 사항이다.

경상수지개선을 위해 섣불리 긴축할 경우 수입축소보다는 금리상승등으로
기업부담이 커지고 향후 경기하락을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

또 환율을 인위적으로 절하시키는등의 수출지원책은 수출증대 효과보다
물가상승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 일부 수출업계의 애로요인을 타개할 필요는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일부품목에 의존한
우리의 수출구조 저변을 확대해야할 것이다.

이것이 물가안정과 경상수지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라고 본다.

<> 유승구 기협중앙회 이사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 수출은 외부환경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

엔고나 국제 원자재가격의 동향에 따라 단기적 차익을 노린 저가수출로
버텨 왔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도 근본적인 지원보다는 특정시기와 특정부문에
맞춘 선전성 자금지원이 전부였다.

단순한 자금지원으로는 지금과 같은 난국을 극복할 수 없다.

정부는 낮은 임금의 메리트가 없어진 사양업종의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현재 지원중인 중기구조개선자금은 설비자금에만 지원되는 만큼 약
5천억원의 구조개선운전자금을 별도 배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소기업도 정부의 지원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기술개발에 전력,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만 있다면 무역장벽이 있을 수가 없다.

뼈를 깎는 품질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강남 한국은행 조사제1부장 =현재 거시경제운용의 당면과제는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국제수지를 적극 방어하고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리나 실물경제동향을 감안, 신축적으로 거시경제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조적으론 안정성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최근 경상수지적자폭확대는 <>세계경제침체와 그에따른 교역량감소 <>일부
수출주력품목의 가격경쟁력저하 <>엔화약세등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국내수출산업의 기술력및 경쟁력저하와 소비구조의
고급화.다양화추세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경상수지적자폭축소를 위해선 원화절하등 단기적인 대증요법보다는
금리.임금등 요소비용을 안정시키고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소비
행태의 합리화를 통해 저축을 장려하는등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제수지도 제대로 관리할수 있으며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수 있다.

<> 유윤하 KDI 연구위원 =최근 경상수지적자 확대, 성장둔화, 물가불안등은
자본자유화과정에서 겪는 과도기적 현상이다.

따라서 단기 대증요법적인 대응보다는 중장기적인 정책대응이 요구된다.

자본자유화로 대규모의 외국자본이 유입돼 빚어지는 국제수지적자는
불가피하다.

다만 경상수지 적자가 수출둔화보다는 자본재등의 수입확대로 유발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자본유입에 대응해 유출이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외환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또 물가안정기조의 정착으로 명목금리를 낮춰 외국자본의 유입압력을 줄여
나가는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 정문건 삼성경제연 상무 =최근 경제성장을 주도해오던 반도체 철강
조선등 중화학제품의 수출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올해 무역수지적자는
1백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된데에는 작년 하반기중 원화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저평가에서
고평가로 급반전되었기 때문이다.

금년 하반기중에도 엔화는 달러당 1백5엔대의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원화의 절하없이는 원화의 고평가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적절한
환율조정이 필요하다.

또 경상수지적자의 주범인 소비재수입과 해외여행 급증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저축등에 대한 면세범위의 확대로 저축을 증대시켜야 한다.

<> 유병규 현대경제사회연 연구위원 =단기적으로 경제현안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성장, 물가, 경상수지 문제중 정책목표의 우선순위가 설정
돼야 한다.

우리경제가 대외의존성이 높고 수출에 의해 투자가 유발되며 성장이 촉진
되는 측면을 감안할때 수출부진대책이 최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적정수준의 환율운용이 불가피하다.

또 금리의 하향안정유지로 기업의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입을 억제해야 한다.

한편 효율적인 정부지출을 통한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정부정책의 투명성 제고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꺾이지 않도록 해야 하며
국민들에게도 현재의 경제문제를 정확히 인식시켜 불건전한 소비 억제등을
통해 바람직한 경제문화가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