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과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96년 상속세법 개편방향"은 현행 상속
세제를 뜯어고친다기 보다는 새로 만든다고 봐야할 정도로 개편폭이 크다는
점에서 우선 눈길을 끈다.

각종 공제를 확대, 중산층이하의 상속세부담은 덜어주는 대신 <>지배주식
할증평가 <>차명주식 <>증여세부과 <>공익업인의 특정회사주식 5%이상 보유
금지 등으로 고액재산가에 대한 과세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 등이 주요
골자다.

이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배우자 상속공제한도를 민법상 법정지분
(자녀 1인 상속액의 150%)내에서 최대 3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대목이다.

결혼년수에 1,200만원을 곱한 액수에 1억원을 보탠 금액인 현행 공제한도를
일시에 몇배로 늘리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배우자는 재산을 함께 모았다고 봐야하고, 몇년내에 다시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것이기 때문에 이같이 공제한도를 늘려주는 대신 재상속시 공제는
없애겠다는 것이 재경원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배우자 상속세공제한도 인상은 "상속세공제한도의 상징적
이고 관념적인 의미"를 감안할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우리는 의문을
갖는다.

세법은 그 특유의 복잡성으로 인해 일반인을 최대공제한도등 단편적이지만
상징적인 내용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보토이다.

한 평생 열심히 벌어도 상속세 공제한도도 벌수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따지고 보면 상속세법을 잘못 해석한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그것은 정부나 납세자, 그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정책은 가진 사람들에게만 유리하다는 식으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있는 사회적인 분위기 아래서 인런 우스꽝스러운 배우자
공제한도 인상이 왜 필요한지 우리는 이해할수 없다.

현행 한도로도 배우자가 상속세를 내야할 사람은 정말 극소수다.

자녀가 2인이고 30년 결혼생활을 한 부부라면 재산이 최소한 12억원이상
돼야 배우자가 상속세를 내게 돼있다.

더욱이 이들의 입장에서도 길게 보면 개편안이 현행보다 크게 유리할 것도
없다.

현재의 재상속공제제도가 없어지면 남편으로부터 상속받을때 공제한도가
더 커지더라도 결국 두차례에 걸친 세부담을 합치면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더더욱 "30억원"은 잘못됐다는 얘기가 된다.

일반인의 세제에 대한 거부감을 부추기는 것외에 다른 효과는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세금도 그렇지만 상속세도 단 얼마라도 내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그것이 국민개세의 원칙에 맞는다.

연간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3천여명에 그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전체 국세중 상속.증여세의 비중은 작년의 경우 1.8%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 주려는 성향이 강한 같은 유교문화권의 일본에
비하면 그 비중은 3분의 1에 그친다.

세제와 세정에대한 비판이 많은 원인중 큰 몫이 상속세에 있다고 볼수
있다.

금융.부동산실명제 실시 등을 감안, 상속세제를 개편하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불필요간 계층간 갈등이나 세제에 대한 거부반응이
확대되지 않도록 세제당국은 좀더 슬기로울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