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2000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개최장소를 서울로 결정한
것은 여러가지 사정을 감안할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되지만 사회전반의
국제화및 지방의 균형발전과 관련, 새로운 과제를 던저주는 결정이라고 할수
있다.

앞으로 4년 밖에 남지 않은 짧은 기간에 완벽하게 준비를 하려면 회의장
숙박 교통 경호등 모든 면에서 서울보다 편리한 도시가 따로 있을수 없다는
것쯤은 ASEM 준비위측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쉽게 알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뻔한 결론을 갖고 그동안 정부가 4.11 총선전략의 하나로
지방간 유치경쟁을 부추겨 왔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우리는 이번 유치 경쟁에서 탈락한 5개 후보지 지방자치단체들의 아쉬움을
깊이 헤아리면서 ASEM 개최를 단순히 하나의 국제행사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의 국제화를 촉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물론 지방의 국제화도 미룰수 없는 과제지만 우리사회 전반의 국제화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도 서울부터 손을대 차츰 지방으로 파급시켜 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서울의 국제화 진척도는 88올림픽이후 정체 또는 퇴보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급호텔의 부족은 말할것도 없고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는데 필수적인
컨벤션센터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인구 1,000만이 넘는 거대도시
서울의 실상이다.

ASEM 유치는 이러한 정체된 상황에 일종의 충격요법이 된 셈이지만
컨벤션센터 건설주체가 된 무역협회는 물론 서울시와 정부도 해야할 일이
태산같다.

무역협회는 컨벤션센터를 짓는데 필요한 2,800억원을 자체 조달하고 내년에
착공해 99년 완공할 구상이라지만 방대한 부대시설까지 공기안에 완공이
가능할지 걱정이 아닐수 없다.

무엇보다 유념해야 할 일은 시일이 촉박하다 하여 서두르다가 부실공사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또 회의 이후에도 채산성에 맞춰 충분히 활용할수 있도록 설계단계에서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ASEM 2년뒤에 있을 2002년 월드컵대회와의 연계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 다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번 유치경쟁에서 제주 경주 대전 부산 일산
등 지방도시가 탈락하긴 했지만 나름대로의 특색을 살린 소규모 컨벤션센터
의 건립은 꾸준히 추진해야할 과제라는 점이다.

당장 ASEM 본회의개막 2년전부터 수시로 열릴 소규모 부수회의는 지방
개최가 가능하며 더욱이 월드컵경기의 지방분산개최가 확정되면 지방에서도
컨벤션센터 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대회 시설수요가 적지 않으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새로운 각오로 미리미리 준비를 서둘러야겠다.

지금까지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의 컨벤션산업은 ASEM과 월드컵의
유치성공에 힘입어 21세기 전략산업으로 단번에 도약할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 절호의 기회를 살리느냐 못살리느냐는 이제부터 하기 나름에 달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