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이 축성보다 어렵다"

요즘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회장에게 이 말보다 더 가슴에 와닿는
말은 없다.

10여년간 신명을 다 바쳐 회사를 컴퓨터 소프트웨어업계의 정상에 올려
놓았으니 이제 여유를 찾을 때도 됐다.

그러나 현실은 영 그렇지가 않다.

정상정복의 희열을 만끽하기에는 어린 기업들의 도전이 너무도 거세다.

후생가외라 했던가.

네트스케이프, 오라클, 야후 등 신생 업체들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하지만 걱정만 하고 있을 빌 게이츠가 아니다.

소프트웨어업계의 황제가 아닌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게이츠회장의 지휘하에 마이크로 소프트가 펼치고 있는 수성전략의 핵심은
인터넷시장을 잡는 것.

인터넷 프로그램언어에서는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자바에, 인터넷정보검색
시장에선 네트스케이프의 네비게이터에 크게 처져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
로서는 인터넷시장공략이 최대의 당면과제이다.

연초 마이크로 소프트는 세상을 놀라게 한 폭탄선언을 했다.

앞으로 신제품 개발초점을 인터넷에 맞춘다는 발표였다.

기존의 컴퓨터운영체계(OS)에서 인터넷분야로 사업역점방향을 돌리겠다고
밝힌 게이츠회장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서려있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이를 위한 1단계 조치로 인터넷사업부를 신설했다.

그리고는 곧장 인터넷시장 장악을 위한 2단계 작전에 들어갔다.

2단계작전의 키워드는 제휴와 협력.

OS시장에서는 독자적인 행보였지만 인터넷시장에서 만큼은 "나홀로"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각에서다.

아무리 세계제1의 컴퓨터 소프트웨어업체라고 하지만 인터넷분야에 관한한
후발업체라는 뼈아픈 사실을 인정할수 밖에 없는게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현실이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후발업체가 선두업체를 추격할수 있는 첩경은 남의
도움을 빌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올해 첫 작품은 미2위 통신업체인 MCI와 맺은 네트워크서비스
사업 제휴였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협력협정을 거의
열흘에 한 건씩 체결했다.

독일 벤츠자동차와 맺은 컴퓨터 정보기술협력협정, 인트라넷 구축을 위한
MCI및 디지털이퀴프먼트와의 기술제휴협정, 미 최대 컴퓨터 온라인업체인
아메리칸온라인사와의 익스플로어사용협정 등등...

마이크로 소프트의 수성방안은 소프트웨어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드웨어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네트워크컴퓨터시장에도 진출할 작정으로 휴렛팩커드와 손을 잡고 SIPC
(단순형PC)라는 저가격 PC도 공동 개발중이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