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일터로] (14) 제2부 : 맞벌이 주부의 천국 '대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만 타이베이시 외곽에 있는 중소기업 아특정밀기계의 사장 여비서인
애니첸씨(진미혜.32)는 결혼한지 7년 된 주부다.
전문대학을 졸업한 후 9년째 이 회사에서 줄곧 비서로 근무하고 있다.
근속연수가 길다보니 봉급도 꽤 많다.
그녀가 한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8만대만달러.
한국 돈으로 따지면 약 260만원 정도다.
한가지 특징은 자기 수입을 자기가 직접 "챙긴다"는 것.
애니첸씨는 자영업을 하는 남편과 결혼후 통장을 따로 갖고서 각자 수입을
관리하고 있다.
생활비의 3분의 2는 남편이 대고 나머지만 자신이 부담한다.
남편의 수입이 자신보다 2배나 많기 때문이다.
"능력에 따른 분담"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셈이다.
가정용품등을 갑자기 살 일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이 사야 한다.
5살과 4살 된 두 아들은 필리핀 출신 보모에게 맡기고 있다.
이들 부부는 아침식사를 각자 회사 근처 편의점등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주로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입은 각자관리, 생활비는 공동부담, 식사는 외식으로..."
대만은 맞벌이로 일하는 주부에겐 천국이다.
생활문화 자체가 맞벌이 하기에 "좋게끔" 돼 있다.
중국인 특유의 실용성과 외식문화가 특히 그렇다.
여기에다 부부중 한명만 벌어선 안락한 생활이 어려운 대만의 경제현실도
한 몫하고 있다.
그래서 대만에선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가진 후에도 직장을
계속 다니는 걸 당연시하고 있다.
대만의 "맞벌이 환경"중 흥미로운 건 중국인들의 외식문화.
이 나라에선 식사를 집에서 하기 보다는 주로 밖에서 사먹는 걸로 해결한다.
그만큼 주부들은 가사부담을 덜 수 있어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가 수월하다.
타이베이시의 다운타운 남경로나 기륭로등에선 매일 아침 러시아워에
진풍경이 연출된다.
말쑥한 정장차림의 젊은 남녀들이 골목 골목에 포진한 포장마차에서
도시락이나 토스트를 먹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에선 강남이나 종로등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이런 모습들을 타이베이
에선 어디서든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아예 노점상에서 두유와 토스트를 사서 싸들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학교 앞은 더 재미있다.
등교시간에 어린 학생들이 교문앞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 그렇다.
대만에선 꼭 맞벌이 부부가 아니더라도 주부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학교가는 길에 아침을 때울 수 밖에...
타이베이시내 맥도널드 햄버거의 매출액이 세계 도시중 최고수준이란 점도
바로 이같은 대만의 "길거리 아침식사" 문화를 상징해 주는 것이다.
최근 타이베이의 맥도널드 햄버거는 65대만달러(약 2,000원)짜리 "경제
조찬"이란 이름의 아침식사용 햄버거 세트를 개발해 히트를 했다.
아침식사뿐만 아니다.
대만의 맞벌이 부부들은 저녁식사도 집에서 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퇴근후 가족들이 한데 모여 외식을 한다.
"메뉴도 다양하고 값도 비싸지 않은데 굳이 집에서 요리를 해 먹을 필요가
있습니까.
밖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 시간도 절약 되잖아요"
(구절방씨.35.맞벌이 주부)
물론 대만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이 외식문화에만 기인하는건 아니다.
다른 요인도 많다.
직장내 성차별이 없는건 기본이다.
입사에서 임금 승진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렇다.
같은 학력에 나이가 같을 경우 오히려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많을 수도
있다.
대만에선 남자들이 병역의무를 져야 하는데 기업에서 이를 경력으로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자 혼자 벌어서는 결혼 후 집 장만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대만의 현실도 여성을 일터로 끌어내는 중요한 요인중 하나다.
또 중국 여성 특유의 "드센" 기질도 여기에 가세한다.
한마디로 대만에선 여성이 직업을 갖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안팎으로
조성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게 마련.
대만에선 일하는 기혼여성이 늘면서 이혼율도 따라 늘어 골치를 앓고 있다.
타이베이시의 경우 이혼율은 25%에 달한다.
결혼하는 4쌍중 1쌍 꼴로 이혼을 하는 셈이다.
대개의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데다 수입도 따로 관리하다 보니 여성들이
"부담없이" 남편과 갈라서는 것이다.
이혼율의 상승은 또 결손가정을 양산해 불량청소년 문제를 사회문제로
대두시키고 있다.
대만에서 만난 한국 화교 출신의 애니타 유안씨(원의려.32)의 케이스는
또 다른 측면에서 호기심을 유발했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통일종합증권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그녀의
봉급은 전부 남편이 관리한다.
물론 남편도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화교 출신.
오후 4시께 퇴근하는 유안씨는 타이베이의 여느 맞벌이 주부와 달리 집에
돌아가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완전히 "한국식" 부부다.
당연히 타이베이에선 별종으로 취급받는다.
그래서 남편은 친구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통할 정도라고.
"대만 사람들은 아무래도 한국인들 보다는 실용적입니다.
외식문화가 발달한 것도 그래서 입니다.
게다가 가정내에선 여성들의 목소리도 크지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지만 순종적인 이미지의 한국 여성들과는 전혀 딴
판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식인 우리 부부를 보고 대만 친구들은 꽤 부러워하지요"
(유안씨 남편 왕연승씨.32).
여성이 직장을 가지면 남편은 "불행"하다는 남성위주의 사고방식은 한국
이나 대만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맞벌이를 위한 "인프라"만큼은 대만이 한국보다 앞서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6일자).
애니첸씨(진미혜.32)는 결혼한지 7년 된 주부다.
전문대학을 졸업한 후 9년째 이 회사에서 줄곧 비서로 근무하고 있다.
근속연수가 길다보니 봉급도 꽤 많다.
그녀가 한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8만대만달러.
한국 돈으로 따지면 약 260만원 정도다.
한가지 특징은 자기 수입을 자기가 직접 "챙긴다"는 것.
애니첸씨는 자영업을 하는 남편과 결혼후 통장을 따로 갖고서 각자 수입을
관리하고 있다.
생활비의 3분의 2는 남편이 대고 나머지만 자신이 부담한다.
남편의 수입이 자신보다 2배나 많기 때문이다.
"능력에 따른 분담"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셈이다.
가정용품등을 갑자기 살 일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이 사야 한다.
5살과 4살 된 두 아들은 필리핀 출신 보모에게 맡기고 있다.
이들 부부는 아침식사를 각자 회사 근처 편의점등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주로 외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입은 각자관리, 생활비는 공동부담, 식사는 외식으로..."
대만은 맞벌이로 일하는 주부에겐 천국이다.
생활문화 자체가 맞벌이 하기에 "좋게끔" 돼 있다.
중국인 특유의 실용성과 외식문화가 특히 그렇다.
여기에다 부부중 한명만 벌어선 안락한 생활이 어려운 대만의 경제현실도
한 몫하고 있다.
그래서 대만에선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가진 후에도 직장을
계속 다니는 걸 당연시하고 있다.
대만의 "맞벌이 환경"중 흥미로운 건 중국인들의 외식문화.
이 나라에선 식사를 집에서 하기 보다는 주로 밖에서 사먹는 걸로 해결한다.
그만큼 주부들은 가사부담을 덜 수 있어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가 수월하다.
타이베이시의 다운타운 남경로나 기륭로등에선 매일 아침 러시아워에
진풍경이 연출된다.
말쑥한 정장차림의 젊은 남녀들이 골목 골목에 포진한 포장마차에서
도시락이나 토스트를 먹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에선 강남이나 종로등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이런 모습들을 타이베이
에선 어디서든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아예 노점상에서 두유와 토스트를 사서 싸들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학교 앞은 더 재미있다.
등교시간에 어린 학생들이 교문앞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 그렇다.
대만에선 꼭 맞벌이 부부가 아니더라도 주부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학교가는 길에 아침을 때울 수 밖에...
타이베이시내 맥도널드 햄버거의 매출액이 세계 도시중 최고수준이란 점도
바로 이같은 대만의 "길거리 아침식사" 문화를 상징해 주는 것이다.
최근 타이베이의 맥도널드 햄버거는 65대만달러(약 2,000원)짜리 "경제
조찬"이란 이름의 아침식사용 햄버거 세트를 개발해 히트를 했다.
아침식사뿐만 아니다.
대만의 맞벌이 부부들은 저녁식사도 집에서 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퇴근후 가족들이 한데 모여 외식을 한다.
"메뉴도 다양하고 값도 비싸지 않은데 굳이 집에서 요리를 해 먹을 필요가
있습니까.
밖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 시간도 절약 되잖아요"
(구절방씨.35.맞벌이 주부)
물론 대만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이 외식문화에만 기인하는건 아니다.
다른 요인도 많다.
직장내 성차별이 없는건 기본이다.
입사에서 임금 승진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렇다.
같은 학력에 나이가 같을 경우 오히려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많을 수도
있다.
대만에선 남자들이 병역의무를 져야 하는데 기업에서 이를 경력으로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자 혼자 벌어서는 결혼 후 집 장만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대만의 현실도 여성을 일터로 끌어내는 중요한 요인중 하나다.
또 중국 여성 특유의 "드센" 기질도 여기에 가세한다.
한마디로 대만에선 여성이 직업을 갖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안팎으로
조성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게 마련.
대만에선 일하는 기혼여성이 늘면서 이혼율도 따라 늘어 골치를 앓고 있다.
타이베이시의 경우 이혼율은 25%에 달한다.
결혼하는 4쌍중 1쌍 꼴로 이혼을 하는 셈이다.
대개의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데다 수입도 따로 관리하다 보니 여성들이
"부담없이" 남편과 갈라서는 것이다.
이혼율의 상승은 또 결손가정을 양산해 불량청소년 문제를 사회문제로
대두시키고 있다.
대만에서 만난 한국 화교 출신의 애니타 유안씨(원의려.32)의 케이스는
또 다른 측면에서 호기심을 유발했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통일종합증권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그녀의
봉급은 전부 남편이 관리한다.
물론 남편도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화교 출신.
오후 4시께 퇴근하는 유안씨는 타이베이의 여느 맞벌이 주부와 달리 집에
돌아가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완전히 "한국식" 부부다.
당연히 타이베이에선 별종으로 취급받는다.
그래서 남편은 친구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통할 정도라고.
"대만 사람들은 아무래도 한국인들 보다는 실용적입니다.
외식문화가 발달한 것도 그래서 입니다.
게다가 가정내에선 여성들의 목소리도 크지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지만 순종적인 이미지의 한국 여성들과는 전혀 딴
판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식인 우리 부부를 보고 대만 친구들은 꽤 부러워하지요"
(유안씨 남편 왕연승씨.32).
여성이 직장을 가지면 남편은 "불행"하다는 남성위주의 사고방식은 한국
이나 대만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맞벌이를 위한 "인프라"만큼은 대만이 한국보다 앞서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