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은행이 증서번호와 계좌번호를 사전에 유출해 금융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매입자가 조회 의뢰를 소홀히 했다면 은행측에 손해배
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41부(재판장 최태병부장판사)는 6일 위조CD 사기사건으로 81
억원의 피해를 입은 신세계투자금융(주)이 동남은행(주)을 상대로 낸 손해배
상 청구소송에서 "동남은행은 투자금융측에 CD 17장중 조회를 의뢰한 1장의
80%에 해당하는 7억3천만원만 배상하라"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CD위조 사기사건이 발생한 92년 이전엔 이같은 사건
이 전혀 문제된 적이 없어 발행은행에 증서번호와 계좌번호 등을 고객에게
사전에 알려주어서는 안된다는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정보를
미리 알려준 것과 위조사건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은행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투자금융측이 3차례에 걸쳐 17장의 CD를 매입하면서 단 한
장만 조회를 의뢰하고 나머지 16장은 번호조차 적어두지 않는 등 확인작업을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신세계투자금융(당시 신라투자금융)은 지난 92년 7월 이모씨가 동남은행측
에 10억원짜리 CD 17장의 발행을 의뢰한뒤 증서번호와 계좌번호를 사전에 입
수, 위조 CD를 만들어 할인한뒤 외국으로 도주하자 동남은행측을 상대로 소
송을 제기했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