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말 국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던 멕시코 외환위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최근에는 인접국인 브라질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국제 금융계가 주목하고 있다.

아직은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위기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적지 않지만 문제의
근본원인은 중남미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에 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가 중남미권의 금융위기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까닭은 우선 국제금융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지만 이밖에도 최근 수출감소와 경상
수지 적자확대로 위기의식이 퍼진 우리경제에 교훈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장개방이나 OECD 가입을 통해 우리경제와 세계경제의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해외동향을 주시해야할 필요가 크다.

브라질 금융위기설은 미국의 저명한 국제 경제학자인 돈 부시 MIT대학
교수가 브라질 레알화가 30~40% 과대평가돼 있으므로 이를 빨리 시정하지
않으면 조만간 제2의 멕시코사태를 맞게 되리라고 경고하면서 촉발됐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통화관리를 강화하다보니 금리가 오르고, 고금리를
노린 핫머니가 몰려오자 환율이 적정수준 이상으로 절상돼 국제수지적자가
확대되고 외채가 누적된다.

그러다 정치 사회적인 불안이나 경제전반에 대한 신뢰상실이 가시화되면서
핫머니가 빠져나가고 환율급락으로 경제전체가 충격을 받으며 국제금융시장
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논리다.

물론 브라질은 멕시코사태때의 멕시코에 비해 외환 보유고가 훨씬 많고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경상 적자비율이 2%에 불과해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핫머니의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고 현재 브라질
경제가 사상 최고수준인 16%의 실업률과 2%의 낮은 성장률에 시달리고
있으며 재정적자 누적으로 정책선택의 폭이 좁다는 한계가 있다.

이때문에 환율을 절하한다고 해도 브라질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치유하기
는 어렵다.

근본적인 대응방안으로는 소득재분배, 교육및 보건위생의 개선, 부패하고
비능률적인 관료조직과 정당체제의 개혁 등이 포함돼야 하며 핫머니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국내 저축률을 높여야 한다.

여기에는 사회개혁 물가안정이 필요하며 민영화를 통해 공공부문의 효율성
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다.

이같은 정책방향은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의 경우에도 상당한
호소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핫머니의 비중은 작지만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자본수지 흑자로
환율이 과대평가돼 있다는 점이 같다.

그리고 단순히 환율절하 만으로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시급히 개선해야 하며 관료조직과 정당체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정치 사회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같다.

아직까지는 재정적자가 문제되지 않지만 교육 사회복지 사회간접자본
남북경협 등에 잠재해 있는 엄청난 재정지출 수요를 생각하면 우리 처지가
브라질에 비해 크게 낫다고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경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경제의 체질개선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