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인 < 미 하버드대 교수 >


교통혼잡은 도시에서 필요로 하는 도로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초과수요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도시의 도로를 독점적으로 공급한다고 할 수 있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즉 정부가 도로처럼 매우 가치있는 시설을 사용하는 비용을 사용자들이
지불토록 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도로이용비를 부담시키는데 실패함으로써 나타나는 대부분의 결과는
통행시간의 증가이다.

이에따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초래됨을 물론이다.

교통혼잡이 집중됨으로써 생겨나는 역효과중에서 특히 대중교통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가 심각하다.

버스가 많이 다니는 도로를 예로 들어보자.

이 도로를 통한 개인통행의 70~80%는 버스에 의해 이뤄진다.

버스의 수송분담율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들이 이미 과도하게 많을 때 기존 교통흐름에 1대의
개인 승용차가 추가된다고 치자.

그럴 경우 특정 도로의 상당히 짧은 구간에서 기존 도로이용자들이 1분을
추가로 낭비하기는 매우 쉽다.

또 이처럼 1분이 지연됨으로써 기존 버스이용자들에게는 수천분이 도로에서
허비되는 현상으로 쉽게 전환될 것이다.

교통혼잡을 다루기 위해서, 특히 개인승용차가 대중교통에 미치는 역효과를
줄이는 데에는 다양한 간접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이러한 간접적인 방법에는 버스에게 통행 우선권을 주고 개인승용차가
유발하는 교통혼잡으로부터 버스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교통공학적
방법을 수반한다.

예를 들면 회전에 대해 제약을 둔다던지 버스전용차선을 운용하는 방안등이
그것이다.

또한 버스이용자가 차를 기다리고 타는데 적합한 시설을 공급하고 버스
전용로를 분리해 운용하는 방법등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개인승용차가 유발하는 교통혼잡으로부터 버스를 보호
하기 위한 간접적인 수단들은 가치있는 정책들이다.

하지만 임시변통적인 성격이 강하다.

서울의 1인당 국민소득이나 인구, 그리고 승용차보유율이 계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이같은 수단들이 보여줄 수 있는 효과는 궁극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교통혼잡은 도로사용에 대한 잘못된 가격책정에 의해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도로사용 가격을 올바르게 책정할 때 만이 교통혼잡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이해해야 한다.

아울러 서울의 도로체계는 상당히 제한되어 있고 도로 용량을 끌어 올리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더우기 도로 용량을 추가적으로 확대하는 문제도 도로사용에 대해 적정한
형태로 가격을 책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아무리 도로용량을 넓힌다고 해도
그에따른 이익은 급격하게 상실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985년 이래 서울의 교통혼잡 가격책정에 대한 연구는 최소한 3가지가
있었던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필자는 이 모든 연구에 참여했다.

이들 연구에서 고려된 정책이나 방법론등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3가지 연구가 내린 결론은 모두 한결 같은 것이다.

즉 한강교량 통과 차량에 통행료를 부담시키고 서울중심지에 연결되는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에게 혼잡통행료를 물릴 경우 개인 승용차 이용량이
상당히 감소할 것이고 그에따라 통행속도는 급속히 증가되면서 커다란
순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들이 수행된 이후에도 서울의 교통혼잡은 더욱 악화
됐다.

따라서 교통혼잡에 대한 가격정책이 종합적으로 수행된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오늘날에는 더욱 클 것이다.

서울시는 개인 승용차 이용을 감소시키고 늘어만 가는 개인승용차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혼잡으로부터 버스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간접적인 정책을
계속 추구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기회가 닿는내로 실행가능한 종합적 교통혼잡 가격정책 체제를
고안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다른 정책도 증가하는 교통혼잡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통행의 지연,
생산성및 국제경쟁력의 감소로부터 서울을 구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