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 공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찌든 스트레스는
몸밖으로 훨훨 날아간다.

"나이스 큐" 함성과 더불어 터지는 박수 소리는 당구만이 간직한
우리들의 잊지못할 짜릿한 쾌감의 추억으로 남겨진다.

매달 둘째 주말이면 이런 짜릿한 쾌감에 이끌려서 우리는 강남구
서초동에 자리잡은 한국당구아카데미를 찾는다.

우리가 만든 동아리는 "빌리어드 우먼 클럽"이라는 이색 동호회다.

우리의 이곳에서 이뤄졌다.

금녀의 구역으로만 여겨졌던 당국계에 우리의 출현(?)은 신선한
이미지로 부각되면서 현재는 각종 대회 참가는 물론 대중 레포츠로서
뿌리를 굳게 내리고 있는 당구 발전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4,50대 중반에 이르는 직장인 주부 대학생 사업가 등
다양한 계층으로 이루어진 우리 여성 당구 동호회는 전국 아마추어
포켓볼대회 우승을 비롯해 신세대 여성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당구 발전에
기여한 자부심으로 열기 또한 뜨겁다.

자욱한 담배 연기, 시끌벅적한 분위기 탓에 동네 당구장 출입이 어색하여
국내 유일의 전문 강습소인 한국당구아카데미에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싹튼 우리 모임은 각종 당구정보 자료 수집에도 열심이다.

특히 우리 동호회는 게임을 즐기는데서 한걸음 나아가 각기 다른
회원들의 삶과 직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집안
경조사에도 적극 참여하는등 서로에게 큰힘이 돼주고 있다.

우리 모임은 포켓볼과 4구 게임을 주로 하는데 우승자에게는 소정의
상금을 지급하고 급수를 높여주기 때문에 게임이 시작될때면 기대와
열기로 가득찬다.

실력은 보통 100~150점 정도지만 웬만한 남자들에겐 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갖추고 있다.

당국의 묘미는 공을 맞추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격렬하게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운동효과를 볼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동호회가 활성화되면서 여성 당구를 보는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

현재 회원이 100여명 가까이 되며 매달 정기 모임을 통해 소년소녀
가장돕기, 불우이웃돕기 같은 다양한 사업을 구상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