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물장구치는 숙녀 .. 송숙영 <소설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스포츠센터에 다닌지 올해로 만21년이 됐다.
그동안 스포츠센터와 헬스클럽을 서너 차례 바꿨는데 어느 곳에서든
기존의 일류숙녀들과 한번은 충돌한다.
그것은 그 우아한 숙녀들이 수영장이 아닌 냉탕에서 신나게 물장구를 치는
어처구니 없는 매너 때문이다.
"미안합니다" 한마디를 선선하게 할 수 없는 콧대 높은 신분이라면 온냉탕
의 기본매너인 물장구 안치기쯤은 눈치로라도 지켜야 할 것 아닌가.
"탕내에서는 조용하게 목욕을 즐기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판은 어느
탕에나 붙어 있다.
꼭 "물장구를 치지 마시오"라고 써붙이지는 않았어도 그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야 할텐데 다른 사람은 전혀 아랑곳 않는 태도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새로 옮긴 헬스클럽에서도 전에 다니던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투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는 궁지에 빠졌다.
어느날 누구라면 알만한 명사의 부인이 신바람나게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참다 못한 어느 노부인이 "여보세요. 그렇게 물장구를 치면 어떻게 해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봅시다"라고 한마디 했다.
그러자 그 명사의 부인은 성을 내며 "물장구 치는 것쯤 서로 참아줘야죠.
여기가 사모님 안방베스룸인줄 아세요?"라고 대꾸했다.
"공중도덕이 무엇인지 아세요? 여기는 공중탕이니까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되죠"
언성이 높아진 끝에 노부인이 어이없어 하며 나가버리자 그 명사부인은
더욱더 힘차게 물장구를 쳤다.
나는 여성사우나의 사무원에게 제발 물장구를 치지 말라고 써붙이지
그러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무원은 "그만한 교양은 있는 분들이라고 믿습니다"라며
알쏭달쏭한 미소를 짓는다.
괜스레 내 얼굴이 붉어져 안으로 들어가니 이번에는 계모임 멤버들이
가가대소하고 있다.
사우나는 물론 공중장소에서의 매너 이래도 좋은지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대고 반성해 보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
그동안 스포츠센터와 헬스클럽을 서너 차례 바꿨는데 어느 곳에서든
기존의 일류숙녀들과 한번은 충돌한다.
그것은 그 우아한 숙녀들이 수영장이 아닌 냉탕에서 신나게 물장구를 치는
어처구니 없는 매너 때문이다.
"미안합니다" 한마디를 선선하게 할 수 없는 콧대 높은 신분이라면 온냉탕
의 기본매너인 물장구 안치기쯤은 눈치로라도 지켜야 할 것 아닌가.
"탕내에서는 조용하게 목욕을 즐기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판은 어느
탕에나 붙어 있다.
꼭 "물장구를 치지 마시오"라고 써붙이지는 않았어도 그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야 할텐데 다른 사람은 전혀 아랑곳 않는 태도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새로 옮긴 헬스클럽에서도 전에 다니던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투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는 궁지에 빠졌다.
어느날 누구라면 알만한 명사의 부인이 신바람나게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참다 못한 어느 노부인이 "여보세요. 그렇게 물장구를 치면 어떻게 해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봅시다"라고 한마디 했다.
그러자 그 명사의 부인은 성을 내며 "물장구 치는 것쯤 서로 참아줘야죠.
여기가 사모님 안방베스룸인줄 아세요?"라고 대꾸했다.
"공중도덕이 무엇인지 아세요? 여기는 공중탕이니까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되죠"
언성이 높아진 끝에 노부인이 어이없어 하며 나가버리자 그 명사부인은
더욱더 힘차게 물장구를 쳤다.
나는 여성사우나의 사무원에게 제발 물장구를 치지 말라고 써붙이지
그러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무원은 "그만한 교양은 있는 분들이라고 믿습니다"라며
알쏭달쏭한 미소를 짓는다.
괜스레 내 얼굴이 붉어져 안으로 들어가니 이번에는 계모임 멤버들이
가가대소하고 있다.
사우나는 물론 공중장소에서의 매너 이래도 좋은지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대고 반성해 보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