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센터에 다닌지 올해로 만21년이 됐다.

그동안 스포츠센터와 헬스클럽을 서너 차례 바꿨는데 어느 곳에서든
기존의 일류숙녀들과 한번은 충돌한다.

그것은 그 우아한 숙녀들이 수영장이 아닌 냉탕에서 신나게 물장구를 치는
어처구니 없는 매너 때문이다.

"미안합니다" 한마디를 선선하게 할 수 없는 콧대 높은 신분이라면 온냉탕
의 기본매너인 물장구 안치기쯤은 눈치로라도 지켜야 할 것 아닌가.

"탕내에서는 조용하게 목욕을 즐기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판은 어느
탕에나 붙어 있다.

꼭 "물장구를 치지 마시오"라고 써붙이지는 않았어도 그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야 할텐데 다른 사람은 전혀 아랑곳 않는 태도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새로 옮긴 헬스클럽에서도 전에 다니던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투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는 궁지에 빠졌다.

어느날 누구라면 알만한 명사의 부인이 신바람나게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참다 못한 어느 노부인이 "여보세요. 그렇게 물장구를 치면 어떻게 해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봅시다"라고 한마디 했다.

그러자 그 명사의 부인은 성을 내며 "물장구 치는 것쯤 서로 참아줘야죠.
여기가 사모님 안방베스룸인줄 아세요?"라고 대꾸했다.

"공중도덕이 무엇인지 아세요? 여기는 공중탕이니까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되죠"

언성이 높아진 끝에 노부인이 어이없어 하며 나가버리자 그 명사부인은
더욱더 힘차게 물장구를 쳤다.

나는 여성사우나의 사무원에게 제발 물장구를 치지 말라고 써붙이지
그러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무원은 "그만한 교양은 있는 분들이라고 믿습니다"라며
알쏭달쏭한 미소를 짓는다.

괜스레 내 얼굴이 붉어져 안으로 들어가니 이번에는 계모임 멤버들이
가가대소하고 있다.

사우나는 물론 공중장소에서의 매너 이래도 좋은지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대고 반성해 보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