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재고는 쌓이는데 시멘트는 바닥-."

매년 같은 추세의 곡선을 그리던 철근과 시멘트의 재고 그래프가 올들어
정 반대로 움직이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철근과 시멘트는 건설현장에서 거의 동시에 쓰이는 자재.

"실과 바늘"인 셈이어서 재고 수준도 함께 늘었다 줄었다 한다.

건설 비수기인 겨울철에 재고수준이 높았다가 성수기인 봄 가을에
낮아지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올들어 철근과 시멘트의 재고 상관관계가 무너지고 있어 업계가
의아해 하고 있는 것.

실제로 철근 재고는 작년 11월 10만5천t을 바닥으로 쌓여만 가고 있다.

건설 성수기를 맞았지만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엔 한계수준인 37만t을 넘었다.

그래서 인천제철 동국제강 한보철강 강원산업등 철근을 생산하고 있는
전기로 업체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반면 시멘트 재고는 지난 2월 1백72만3천t에서 봄철로 접어들며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말엔 60만t까지 떨어졌다.

91년 최악의 파동사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에따라 포장시멘트 가격은 최고 40%까지 폭등했고 레미콘 업체들은
가동률을 낮추는등 곤욕을 치루고 있다.

결국 시멘트 재고는 과거의 추세가 더욱 심화된 반면 철근 재고는 "반란"을
일으킨 셈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업계는 철근이나 시멘트 모두 공급요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
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근 재고가 쌓인 것은 수요가 줄어서라기 보다는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 탓"이라며 "시멘트 파동도 수요폭발보다는
일부 업체의 생산중단등 공급차질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고 밝혔다.

철근은 공급과잉으로, 시멘트는 공급부족으로 재고수준이 엇갈리는
것이지 두 제품의 수요 상관관계가 깨진 것은 아니란 얘기다.

또 시멘트 품귀가 철근 재고누적을 부채질 하는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현장에선 시멘트 공급이 제때 안돼 콘크리트 작업을 늦추고 있고
이로 인해 철근을 많이 쓰고 싶어도 못 쓴다는 것.

어쨌든 성수기 비수기가 같아 "동고동락"했던 철근과 시멘트 업계는 최근
희비가 엇갈리면서 한쪽은 재고소진에, 또다른 쪽은 공급확대에 각각 몸이
달아있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