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녀라구요? 어제 그 악녀한테도 선녀라고 그랬나요?"

치마를 헤집으며 자꾸만 안으로 파고드는 가련의 손목을 붙들며 희봉이
비꼬는 투로 말했다.

"이제 그 이야기는 제발 그만 둬.

다시는 그년이랑 상종도 하지 않을 거야.

그년이 얼마나 꼬리를 쳐대는지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어"

가련의 손목이 붙들린 채로 더욱 파고들어가자 희봉의 악력이 느슨해지며
아예 상체를 뒤로 젖히고 거칠게 신음을 토해내었다.

그러면서 희봉도 허겁지겁 가련의 사타구니로 손을 밀어넣었다.

가련의 물건이 어제 채우지 못한 욕정을 속히 보상받고 싶은지 금방
일어섰다.

"어제 그년한테 말하기를 당신이 나하고 하려고 하면 이게 잘 서지
않는다고 했죠?"

희봉이 가련의 그것을 손가락으로 살짝살짝 꼬집으며 약을 올렸다.

"글쎄, 어제 이야기는 하지 말래두.

아아, 미치겠네. 아흐아흐, 조금 더 세게, 조금 더"

가련은 희봉을 재촉하며 스스로 아랫도리를 벗어던졌다.

희봉도 온몸의 세포가 터질 듯하여 견딜 수 없었다.

둘은 어지럽게 뒹굴며 자기 옷을 벗기도 하고 상대방 옷을 벗기기도
하면서 알몸이 되었다.

아침나절이긴 하지만 밤의 방사보다 더 격렬해졌다.

어제 둘이서 싸움을 하며 치고 받은 그 만큼 욕정은 끓어오른 셈이었다.

다시는 서로 보지 않을 듯이 으르렁거렸는데 이제는 누가 떼어내지도
못할 정도로 둘의 몸은 엉킬 대로 엉켜붙어버렸다.

희봉이 가련의 밑에서 그의 몸을 받아들이면서 방문은 잘 닫혔나 하고
흘끗 문 쪽을 쳐다보았다.

문은 고리가 채워진 채 잘 닫혀 있었다.

조금 전에 희봉이 방으로 들어설 때 자기가 그렇게 문을 잠근 것이었다.

아침 방사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가련에게 따지려는 마음만 먹고
방으로 들어선 것이었는데, 왜 문을 꼭 잠갔는지 자기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래서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가.

희봉이 느끼기에 남편 가련이 오늘따라 기력이 이전보다 세어진 것 같아
쾌감이 파도처럼 온몸을 덮치고 또 덮쳤다.

어떻게 생각하면 포이의 아내가 가련의 정력을 더욱 돋구어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아내를 더 즐겁게 해줄 수 있다?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생각이 희봉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막 절정으로 오르려는 순간,
바깥에서 하인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포이 여편네가 목을 매어 자결을 했답니다.

근데 그 친정식구들이 어르신을 송사하겠답니다"

가련이 파정도 채 하지 않고 급히 달려나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