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이 심각한 정도에 대한 의견일치를 채 보지 못한 가운데
유엔의 2차지원 계획이 6일 확정되었고 내주 협조요청 서한이 발송되기
앞서 벌써 미-일 등의 적극 호응태도가 전해지고 있다.

공교롭게 7일엔 갓 귀순한 방송작가 과학자등 지식층의 식량사정 악화등
생생한 증언이 TV로 생중계돼 북한의 장래에 대한 관심은 일층 고조되고
있다.

작년 7월말~8월초의 대홍수 보도이후 그 피해정도나 식량사정은 현장을
다녀온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너무 크게 엇갈려 종잡기 어려운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이런 속에 가장 객관적이고 권위있는 국제기구 유엔이 구체적으로 지원
계획을 작성 발표한 것은 여러 각도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아카시 사무차장이 직접 밝힌 지원계획은 우선 부문별로 식량원조 농지복구
의료품 아동구호 등으로 지원액을 세분하고, 내년초까지 9개월간의 일정
계획과 이를 뒷받침하는 식량지원 감시및 행정지원 비용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엔의 발표가 있자마자 나온 미-일의
반응이다.

1차 200만달러보다 100만달러가 확대될 뿐아니라 적성국엔 최초로 공법
480호 식량원조를 단행하리라는 미국의 방침이 흘러나왔고 일본 역시
지체없는 참여를 암시했다.

미국의 영향아래 있는 유엔이 그동안 북한 식량원조에 적극 자세를 보여온
것은 우리로서도 이를 마닿할 이유가 없다.

일본이 미상불 자국출신인 유엔 원조담당 사무차장에 대한 호의 이상으로
북한원조에 능동성을 보인다고 해도 고마우면 고마웠지 못마땅히 여길
이유란 없다.

사실상 총규모 4,364만달러, 그중 세계식량계획(WFP)상의 곡물지원 2,680만
달러는 물량면에서 아무리 많아야 쌀로 20만t을 넘지 않을 규모이니 군량미
지원을 우려, 반대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부족분-수급전망에 여러 숫자적 분석이 뒤섞이는 속에 작성된 이번 유엔
계획은 그 근거로서의 북한 현지사정을 다행히 아사선에 접근한 최악의
수준으로 까지는 보지 않은 것으로 추측 가능케 만든다.

특히 지원실시 기간을 올 추수가 지나는 내년초까지로 여유를 둔 점이
주목거리다.

논리상 현 북한 식량난을 95년의 수해에 연유한다고 할때 96년 작황이
최대 변수라해야 옳다.

올 작황마저 부실하면 그때 가서 내년 식량사정을 파악하며 계속 원조의
필요성도 판단하면 된다.

수개월 걸친 논란끝에 한가지 명확해지는 것은 결국 북의 농업사정이
수해여하를 떠나 기본적으로 자급선에 훨씬 못미친다는 점이다.

이는 한마디로 "쌀은 공산주의"라면서 까지 중점을 두어 왔던 북한의
농업개발 계획이 이미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로 연결된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해 거치며 북한체제의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세계
공론이 확산되면 될수록 남쪽의 백성이나 정부는 솔직하고 대범해야 한다.

북한 권력구조의 붕괴가 아니라 사회와 경제와 주민생활의 터전 자체가
몰락한다는 것은 결국 그 짐이 한반도 전체의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너무나
명확한 인과관계에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