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통행 금지는 거의 모든 전근대사회에서 실시됐었다.

조선왕조 "경국대전"엔 대관 이하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일절 야간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이 제도는 치안상의 필요가 주된 이유였지만 전등이 발명. 보급되기전
등불 밑에선 생산활동은 물론 구매 위락 등이 제약됐으므로 밤시간이란
휴식이나 잠자는 시간일수밖에 없었다.

야간통금은 1895년(고종32) 9월 폐지됐으나 광복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1945년9월에 다시 부활됐다.

야간통금은 정부수립 후에도 계승돼 1982년1월 휴전선 접적지역과
해안선을 낀 면을 제외한 전국일원이 해제될 때까지 장기간 지속되었다.

따라서 우리국민은 야간통금에 대해 인상이 좋지 않다.

그렇지만 날이 갈수록 청소년 탈선과 범죄행위가 증가하면서 작년에
청소년 야간통금 입법화 주장이 공식으로 제기됐었고 최근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다시 재연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도를 도입하려는 의도는 단순하다.

청소년 범죄는 밤11시에서 새벽1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전체
강력사건중 절반 이상이 청소년 범죄라는 사실이다.

또 미국의 경우 미성년자에 대한 야간통행금지가 일반화돼 가고있고
미연방대법원도 합헌 판결을 내렸었다는 등 외국의 사례를 근거로 삼고
있다.

현재 미국의 200개 대도시중 청소년 통금을 법으로 제정, 실시하고 있는
곳은 90개 도시이고 그밖의 다른 제도로 실질적 청소년 야간통금을 실시
하는 도시가 모두 146개 도시에 이르고 있다 한다.

미국사회의 절박한 실정이 이같은 극단적 수단을 불러왔다고 할수 있다.

통금시간은 대체로 밤11시이후라지만 뉴올리언스시등은 "해질녘부터
새벽까지"로 규정해 겨울철엔 밤8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위헌의 소지가 크다.

또 세계화 자율화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이런 식으로 통제하면
경쟁력 있는 사회건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간 우리사회에서 청소년 탈선의 온상이라고 지적돼온 전자오락실이나
유흥업소에 대한 단속도 제대로 못하면서 모든 청소년의 야간통금을
실시한다는 것은 단락적인 발상이라 할수 있다.

특히 현행 입시제도아래서 밤늦게까지 과외 또는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귀가하는 청소년은 어떻게 할것인가.

외국에서 효과적이었다고 반드시 우리사회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극약처방은 항상 부작용이 컸다는 것이 우리 역사의 교훈이라고 생각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