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기기업체인 인켈의 대리점에 가면 파란 풀밭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향내가 난다.

이회사가 지난 4월부터 대리점에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컨트리향을 뿜는
장치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작년 11월부터 에스컬레이터 주변이나 잡화매장
등에 샤넬넘버5 향수를 뿌리고 있다.

최고급 백화점을 표방한 만큼 고객들이 들어오는 입구에서부터 남다른
품격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그레이스백화점에 들어서면 머리위에서 내려 오는 상큼한 사과향이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커피향 냄새가 나는 제과점이나 소나무향으로 깊은 산림속의 원목을
떠올리게 만드는 가구점처럼 향기를 이용한 마케팅현장이다.

후각 뿐만이 아니다.

시각 청각 미각 촉각 등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여 판매를 늘리려는 감성
마케팅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잡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향기나는 향수광고도 따지고 보면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본능에 주목한 것이다.

한화스토어 슈퍼마켓은 시간대별로 매장의 음악을 달래 고객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한화스토어 여의도점의 경우 아침에는 클래식음악으로 한가롭고 편안한
느낌을 연출하지만 고객이 북적대는 오후시간이면 신나고 빠른 가요를 튼다.

리듬감있는 음악으로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유도하는 것이다.

물건을 살지말지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도 결심을 재촉하는 효과가 있다.

이회사 기획팀의 손재우씨는 "주부들이 저녘장을 보러오는 시간대의
고객숫자는 오전시간의 4배"라며 "바쁜 시간에는 박진감 넘치는 랩음악이
최고"라고 말했다.

광고에서도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시즐광고"들이다.

시즐(Sizzle)이란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의 영어식 표현이다.

LG냉장고 싱싱나라는 CF 곳곳에 신선한 야채를 와사삭 깨물어 먹는 소리를
삽입해 "싱싱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사각사각은 아예 제품명에도 사과를 베어무는 의성어를
이용했다.

"꿀꺽꿀꺽 카"하며 맥주가 목줄기를 시원하게 타고 넘어가는 소리는
맥주광고에서 필수적이다.

"뽀드득"이란 음향으로 하얀 치아를 연상시킨 치약광고, 옷감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로만 CF를 구성한 대현의 마르조광고도 "시즐"을 활용한
사례다.

색상에 민감한 영상세대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컬라마케팅은 색채감각을
판매영역에 끌어 들였다.

"노란 고추장"이나 "파란색 김치"가 팔릴리 없는 것처럼 제품이 가진
독특한 색상과 이미지를 살림으로써 판매를 늘리려는 의도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자동차들이 하나같이 검정색 아니면 흰색인 점에 착안,
파스텔톤의 액센트를 내놓은 것도 색상의 고정관념을 깨어보자는 시도로
풀이된다.

감성마케팅의 영역은 최근 잠재의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브리미널(Subliminal) 마케팅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기법은 지난 58년
미국의 한 극장광고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의 중간중간에 콜라를 마시라거나 팝콘을 사 먹으라는 메시지를
삽입했더니 매점의 매출이 놀랍게 올라갔다는 것이다.

물론 이 메시지는 정상적인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가 없었다.

24분의1초 동안만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메시지가 계속 반복되면 무의식중에 사람의 뇌리에 깊이
뿌리내린다는 것이 서브리미널 마케팅의 요점이다.

국내법은 잠재의식 광고의 부도덕성과 위험성을 들어 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엘칸토는 지난 92년 브랑누아의 광고에 제품과는 관련없는 남녀모델의
모습을 살짝 집어넣었다가 방송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LG생활건강도 슈퍼타이 CF에 식별하기 짧은 시간동안 "2가지 혁신"이라는
문구를 집어 넣었다가 조건부 방송허가를 받은 경험이 있다.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려는 노력은 감성공학이란 이름하에 제조업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설악산에서 부는 바람의 느낌을 살렸다는 선풍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감성마케팅은 단순히 감각을 자극하기 보다는 쾌적감
불쾌감 청량감 등 사람의 감성을 과학적으로 측정하여 이를 마케팅에 연결
시키자는 것"이라며 "최근 추세는 국내 산업이 인간중심 소비자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