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메드의 선물"

석유를 무기로 한때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외환과 내분에 겹쳐 몸살을 앓고 있다.

OPEC은 이라크의 석유수출 재개에 따른 대응방안을 찾고 회원국별 쿼터
조정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5일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100차
각료급 회담을 갖고 있으나 개막 3일째인 7일 오전 현재(현지시간)까지
뚜렷한 결론을 모으지 못한채 난항을 겪고 있다.

3일간의 회담에서 결론이난 의제는 아프리카 가봉의 회원국탈퇴 단 한건.

OPEC회원국 각료들은 이번 회담에서 세계 2대석유보유국인 이라크가
6년여만에 다시 석유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유가하락을 막기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적절한 조치란 곧 쿼터조정이다.

그러나 각 회원국별 현행 쿼터를 그대로 둔채 이라크의 신규수출물량
만큼만 추가시켜 전체쿼터를 상향조정해야 된다는 쪽과 각회원국별 쿼터까지
이 기회에 조정해야 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 OPEC은 완전히 양분된 모습
이다.

전자는 현재 OPEC을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걸프지역
회원국들의 주장이고, 이에 반대하는 진영에는 이란과 함께 알제리 등의
소생산회원국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상태에서 가봉이 지난 92년 에쿠아도르에 이어 두번째로 회원국탈퇴를
공식 선언, OPEC의 불협화음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OPEC으로부터 가봉이 배정받은 석유쿼터는 하루 29만7천배럴로 12개
회원국중에서 가장 적기 때문에 탈퇴파장이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봉의 탈퇴는 OPEC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가봉이 지적한 OPEC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회원국들의 탈퇴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 아예 참석하지도 않은 가봉은 "90년대들어 OPEC은 자기기능을
상실, 연회비 1백80만달러가 아까울 뿐"이라며 탈퇴의사를 일찌감치 밝혔다.

걸프전이후 이라크 쿼터분을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회원국들이 독식하는
바람에 회원국들 사이에 불신감이 싹터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정해진 쿼터를
아무도 지키기 않는다는게 가봉측의 지적이다.

이번 회담에서 빚어지고 있는 불협화음도 바로 이런 지적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지난 60년 이라크의바그다드에서 세계석유메이저를 견제하기 위해 출범한
OPEC호는 현재 좌초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