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쌀지원재개문제가 정부내에서 재거론되고 있다.

남북비밀접촉설도 꼬리를 물고 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는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최근 들어 북.미간
이나 남북간에 상당한 변화가 올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 그 배경과 진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유엔이 4천3백만달러 수준의 제2차 대북지원을 결정한 6일부터
한.미.일간에 대북지원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어 4자회담수용등과 관련해
북한의 변화가 있는것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일고 있다.

우리정부는 이달들어 민간단체가 모은 쌀 1백여가마를 북한에 보낼 수
없다고 버티던 강경입장을 누그러뜨렸다.

정부당국자는 "민간차원의 쌀을 포함한 곡물지원은 물론 유엔이 요청할
경우 정부차원에서 소규모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신한국당은 8일 "북한식량지원문제에 관한 정책세미나"를 개최, 여론수렴에
나선다.

정부스스로 완화하기 어려운 "대북원칙"을 정치권의 힘을 빌어 풀어보려는
발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달 13~14일 제주에서 열린 한.미.일고위정책협의회에서 한국의 강경
입장을 의식, "대규모이든 소규모이든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한 미.일도 유엔의 지원요청에 거리낌없이 수용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와관련,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지난달말 이후에 계속 터져 나오고
있는 남북한비밀접촉설의 진위여부.

비밀접촉가능성은 지난달 무공 남북회담사무국고위관계자가 중국을 방문
했을 때도 제기됐다.

미국무부는 6일 "정보는 없으나 남북한 사이의 대화와 접촉을 환영한다"고
공식논평해 미측이 남북접촉을 촉구했음을 시사했다.

물론 통일원과 외무부 등 관계당국은 비밀접촉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당국은 그러나 부인성명 등을 통해 강력히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당국이 7일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비서로 알려진 최준덕씨의
망명보도에 대해 "허위사실보도가 남북관계의 진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초동단계부터 설진압에 나선 것은 대화분위기를 고려한
대응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초 북한의 북경접촉재개제의이후 남북한이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았음에도 추가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게 없다.

이런 "무소식"은 "희소식" 준비에 양측이 열중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아쉽게 생각하는 "쌀"을 대북전략적 관점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정부가 정책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물밑대화에서 뭔가 소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아무튼 정부가 지난해 쌀지원과정에서 형성된 지원반대여론을 어떤 수순
으로 풀어갈지, 또 쌀지원이후 남북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