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얼마나 떨어질까.

이라크가 7월부터 추가로 생산하게 될 하루 80만배럴의 원유가 국제시황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OPEC은 7일 11개 회원국의 올 하반기 하루산유량(생산쿼타)을 지금보다
약 50만배럴 많은 2천5백3만배럴로 상향조정했다.

산유량을 늘리면 유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상황이 어쩔수가 없어 울며겨자먹기로 늘렸다.

지난 5월 유엔이 이라크의 원유수출을 허용해줌으로써 OPEC은 이라크에
하루 80만배럴의 쿼타를 더 줄수 밖에 없었다.

이라크에게 80만배럴을 더 주었으니 전체 OPEC쿼타는 약2천5백30만배럴이
돼야한다.

그러나 가봉이 OPEC에서 탈퇴한 탓에 가봉의 쿼타(약 26만배럴)는
전체 OPEC쿼타에서 제외됐다.

그결과 전체쿼타는 2천5백3만배럴이 됐다.

하반기 6개월동안 하루생산상한선이 2천5백3만배럴이지만 실제
산유량은 이보다 훨씬 많은 2천7백만배럴에 달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알제리등 일부 회원국들이 계속해서 자국쿼타보다 더
많이 생산할 것이 확실한 탓이다.

OPEC은 지금도 실제쿼타에 비해 1백50만배럴가량 더 생산하고 있다.

하루 2천7백만배럴의 생산량은 OPEC산원유에 대한 국제수요보다
1백50만-2백만배럴쯤 많다.

쿼타확대로 공급과잉이 심화되니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것은 불보듯
훤하다.

전문가에 따라 유가하락예상폭이 다소 다르긴 하나 평균 3달러쯤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하락폭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일부전문가들은 1달러가량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에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측은 낙폭이 5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OPEC산원유의 평균가격인 바스켓유가의 경우,하반기중에 배럴당
14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스켓유가는 현재 배럴당 19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도 지금의 배럴당 18달러에서 15달러로,배럴당
20달러선에 있는 미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격은 17달러대로 하락할
전망이다.

올들어 국제유가는 지난 3-4월에 크게 상승,WTI의 경우 연초에 비해
4달러가량 오른 배럴당 24달러를 넘기도 했다.

따라서 예상대로라면 하반기 유가는 연중최고치에 비해 약 7달러(30%)나
떨어지는 셈이 된다.

유가하락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이라크원유가 국제시장에 나올 7월중순무렵
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때까지는 유가가 큰 변동없이 현수준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중의 유가하락은 세계경기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가가 내려가면 전세계의 인플레우려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이때문에 유럽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더 내릴 수 있고 미국과
일본은 금리인상압력을 덜 받게 돼 "물가불안없는 성장정책"을 지속할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