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엔화 약세로 일본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했고
기술 금융등 비가격요인에서도 뒤져 올들어 한일 선박수주전에서 참
패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대우.삼성중공업등 조선업계 대표들은 8일 서울 호텔롯데에서
박재윤통상산업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지적,조선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업계 대표들은 작년 상반기까지 일본보다 18%정도 쌌던 한국의
조선원가가 올들어 엔화 값 하락으로 그 격차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게다가 일본 업계가 기술 금융 무역능력등 비가격경쟁력에서 한국보다
5%정도 우위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조선산업의 대일경쟁력은 완전
히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올들어 대형 조선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잇달아 일본에 밀려
지난 1-5월중 한국업체들의 수주실적은 총 1백48만GT,13.9억달러에 그
쳤다.

이는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t수로는 33.2%,금액으론 23.4% 줄어든 것
이다.

일본은 지난 1.4분기에만 2백59만GT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업계는 특히 각국 업체들의 선박건조능력 확충으로 수주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한국 조선산
업은 최악의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따라서 수출선박 수주계약때 받는 착수금 영수한도를 폐지하고
일본보다 실제 공급가격이 비싼 조선용 후판 값을 인하해 줄 것을 정부
에 요청했다.

또 선주가 외국 돈을 빌려 국내에서 건조하는 선박인 국적취득조건부 나
용선(BBC)의 금융조건을 완화하거나 아예 철폐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