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외교의 계절"을 맞고 있다.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폐막된후 각료들은 내정으로
부터 외교로 촛점을 바꾸고 있다.

휴식을 겸해 외유하기도 하고 외국의 빈객들을 맞이하기도 하고 있다.

현재의 중국외교는 "전방위 실화외교"이다.

개혁개방정책의 실시로 경제를 비약적으로 급성장시키기 위해 기존의
"제3세계의 대표"라는 입장을 사실상 포기한 외교로 선회한 것이다.

"혈의 우의"를 맺었던 북한의 거듭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한국과 경제력을 결속시키고 있는 것도 이의 증거다.

중국은 이같은 흐름에서 당연히 정치력및 경제력이 있는 유럽과 일본등을
상대로 한 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에도 힘쓰고 있으나 대만문제와 인권문제, 지재권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방위 실리외교정책 실시의 성패는 중국 군부에 달려
있다.

전기침 외교부장은 기자회견등에서 군이나 대만문제에 대해 대답할때 메모
를 보면서 발언한다.

당정치국 위원을 겸한 외교부문의 총사령관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선 자기 마음대로 발언할수 없게 돼있다.

신중국은 인민해방군이 만든 국가이기에 군의 권위는 그만큼 강대하다.

신중국건설의 최대 공로자인 고 모택동주석및 인민해방군의 창설자의
한사람인 고 주은내총리는 당.정부.군을 완전히 장악할수 있었기에 내정과
외교를 잘 균형시킬수 있었다.

그러나 군의 경험이 없는 강택민주석이나 전외교부장들에게는 그러한
힘이 없다.

군에 영향력이 없는 최고실력자 등소평은 91세의 고령으로 지금 정치적
판단을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에따라 중국외교는 내정에 이끌려 수동적인 위치에 서있고 전외교부장은
거기에 따른 경직화한 외교의 뒷수습밖에 할수 없다.

중국은 경제발전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초대국인 미국 유럽 일본 등과의
관계개선이 급하지만 이처럼 군의 눈치를 보아야 할 입장이다.

대만문제및 인권문제등에서 상대방에 양보하면 군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보수파의 거대한 반발을 초래, 강주석이 끌려 내려올 가능성까지 있다.

중국 외교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 외교부의 실리외교추진과 중국 군의 의중이 어느정도 맞아 떨어질
것인가가 앞으로의 관심사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