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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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바다의 날 행사에 맞춰 대통령이 발표한 해양부 신설을 보는
동원그룹 김재철회장(61)의 감회는 남다르다.
누구보다도 해양부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사람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그는 "해양을 지향했을 때 우리나라의 국운이 성했고 대륙을 지향했을 때
국운이 쇠했다"면서 해양부 신설을 계기로 천혜의 요건을 갖춘 우리나라의
자연적 특성을 살려 해양입국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종천 사회1부장이 행정쇄신위원회 기업경영위원회 등 각종 외부회의로
바쁘디 바쁜 그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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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부신설로 감회가 새롭겠습니다.
기회있을 때마다 해양부설치를 주장해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 김회장 =우리나라는 해양선진국입니다.
조선은 세계2위이고 수산은 9위, 해운은 10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동물성 단백질 공급량의 50% 이상을 수산물에 의존하고 있고
수출입화물의 95%이상을 바다를 통해 운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변바다는 죽어가고 있고 수로가 막혀 외국 배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다를 관할하는 종합적인 해양행정이 이뤄지지 못한 때문입니다.
해양산업에 대한 행정이 12개부처 3개청으로 나뉘어 관련업무가 부처간에
중복되기도 하고 손이 못미치는 사각지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청장이 국무회의에도 참석못하다보니 제대로 현안을 다루지 못해왔습니다.
이제 부가 생겨 권익을 대표하는 장관이 생기면 이런 문제들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봅니다.
-해양부 신설후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만 신경을 쓰게 되지
않을까 수산업계에서 우려도 하고 있는데요.
<> 김회장 =해운항만쪽의 투자외형이 크나 연간산출량을 놓고 보면
수산업쪽도 상당히 큽니다.
종사인원도 수십만명에 달하고요.
어느쪽의 비중이 높다 낮다 할수 없습니다.
수산 해운이 대등하게 되도록 조직도 짜야 된다고 봅니다.
수산업쪽은 규모가 작아 피해의식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압니다만
정부가 알아서 하지 않겠습니까.
또 해양부가 신설되면 아무래도 관련 기능은 통합이 되겠지요.
바다환경문제도 해양부에서 맡아야 할테고요.
정부조직에 일시적인 진통이 있겠지요.
그러나 이는 해양자원과 관련된 총체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겁니다.
-신설되는 해양부는 1, 2, 3차산업이 망라돼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습니다.
<> 김회장 =해운 수산 등은 1~3차 산업이 합쳐 있습니다.
수산의 경우 배에서 냉동 가공하는 2차산업, 외국에 수산물을 파는
무역행위가 합쳐져 1~3차산업이 섞여 있습니다.
해운도 통관 짐나르기 등으로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원래 옛 해무청안에 수산 해운 시설국이 통합돼있었는데 현재 국 하나
하나가 옛 해무청보다 커진 폭이 됐지요.
-해무청은 왜 없어졌습니까.
<> 김회장 =5.16후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할때 일본측이 평화선을 없애라고
요구했더랬지요.
해무청이 반대했는데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분해한 겁니다.
그후 어땠습니까.
바다가 기름에 오염되면 장소에 따라 주관부서가 다릅니다.
48시간내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어민들이 아우성을 쳐야 움직입니다.
진작에 해양부가 설치됐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 저런 문제로 기득권층의 눈치를 살피다보니 신설
논의가 10년을 끌었습니다.
-해양부 신설은 대통령 선거공약이기도 했습니다만 신설로 이어지기까지는
김회장의 영향이 컸다고들 합니다.
<> 김회장 =해양부 설치는 많은 해양인의 바람이었습니다.
선거때마다 어업조합 등이 연명으로 해양부 신설을 주장해 왔지요.
오랜 바닷사람들의 숙원이 풀린 겁니다.
해양부신설 발표후 많은 분들이 축하해 왔습니다만 "내가 왜 축하를
받아야 합니까"라고 되묻곤 했지요.
-해양부 신설을 주창하실 때 "그림"이 있었을 텐데요.
<> 김회장 =물론 그렇죠.
단적으로 말해 우리나라의 국토개발정책은 육지에서 바다를 보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국토개발이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는 지하자원이 부족하다고들 합니다만 해양자원은 세계적인
보고입니다.
중국은 한쪽면으로밖에 바다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의 황하유역은 바다가 낮아 큰 배가 못다닙니다.
또 러시아는 극동에 블라디보스토크항이 있지만 그 외에는 겨울이면
전부 얼어 항구로 쓸 수 없습니다.
일본은 육로보다 배를 이용, 운송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점을 국제경쟁력 우위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보다는
입지가 좋다고 볼수 없습니다.
반도국가로서 국토보다 넓은 대륙붕을 가지고 있고 리아스식 해안과
적당한 수심을 갖춘 우리나라는 동북아시아 중계항구의 역할을 맡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계5대 컨테이너항에 홍콩 싱가포르 로테르담 대만의 카오슝에 이어
부산이 5위에 꼽히고 있지요.
-해무청이 의당 존속됐어야 할 부처라고 본다면 이번 해양부 신설은
"역사 바로세우기"로도 볼 수 있겠네요.
<> 김회장 =그렇습니다.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에서 지적했듯이 지구자원은 한계에 왔습니다.
이제는 바다자원을 안쓰면 인류가 살수 없습니다.
수산자원 1억t을 축산물로 충당하려면 5억t의 곡물이 필요합니다.
세계 곡물생산량이 18억~19억t임을 감안하면 이로인해 지구가 황폐해질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그러나 바다자원을 보면 남빙양 고래의 먹이인 크릴 새우만해도 연1억t은
잡을 수 있습니다.
결국 바다에서 자원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류도 해운에 의존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습니다.
4면이 바다인 일본은 항구에서 항구로 바로 운송,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연안수송이 많은 미국은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밖에 안되고 공해도
적습니다.
우리는 14%입니다.
우리도 연안국이라는 자연조건을 이용하면 물류비절감 측면에서 엄청난
이점이 있습니다.
포철이 광양만에서 1,000~2,000t의 제품을 실어나르려면 트럭으로는
200대가 들고 200명의 트럭운전사가 필요하지만 이를 배로 나르면
한두사람이 조용히 끌고 올 수 있습니다.
공업입지를 바닷가로 하고 물류를 배로 이용해야 합니다.
-이젠 해양관련 전도사가 다 되신 것같습니다.
<> 김회장 =바다에 대한 국민인식이 낮고 정부는 바다를 방치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해양개발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10년가까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해양사가 펼쳐져 우리가 할 일도 많아지리라 봅니다.
-얘기를 돌려보지요.
요즘 원양업계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어떻습니까.
<> 김회장 =육상식량자원이 줄면서 바다쪽으로 눈을 많이 돌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산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됐지요.
이에 따라 선진 연안국들이 자기네가 직접 잡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입어료를 올리고 있습니다.
입어료로 현재 수억달러가 지출되고 있습니다.
일본 등은 정부차원에서 지원이 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업체들이 알아서 하다보니 어렵지요.
해양부가 설치되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원은 사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던데요.
<> 김회장 =수산업은 이익이 박합니다.
그러나 동원은 지난27년간 계속 흑자를 내왔습니다.
같은 업종에서 이런 기업은 없습니다.
합리화, "열성과 도전"으로 다른 곳과 차별화했습니다.
직원들이 힘들지요.
채용할 때 돈을 많이 주는 곳을 원하느냐, 아니면 일을 많이 시키는 곳을
원하느냐고 묻습니다.
생산성을 강조하다보니 힘들어 더러는 도망간 사람도 있습니다.
-인재육성을 위해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김회장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원입니다.
좋은 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인재를 어떻게 잘 육성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동원산업은 사원들에게 세상의 변화를 인식시키고 자기계발을 촉진하기
위해 "목요세미나"라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데 1,060회에
이르렀습니다.
유명인사들이 연사로 나오지요.
미국 일본 등 외국에도 연수를 많이 보냅니다.
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육영재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1,100여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포일초등학교를 지원하고 있는데 얼마전 자모님들을 모셔다 교육도 시킨
적이 있습니다.
-동원육영재단의 지구사랑 글짓기대회가 성황을 이뤘다면서요.
<> 김회장 =매년 열고 있는데 올해가 다섯번째입니다.
작년에 23만명, 올해는 42만명이 참가했어요.
일개 기업이 여는 행사중에 이런 예를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5일 환경의 날에 맞춰 시상을 했습니다.
-동기가 무엇입니까.
<> 김회장 =저희 그룹은 수산업이 모태입니다.
그래서 바다알리기, 바다오염 실태알리기를 통해 초.중학생의 바다환경에
대한 의식을 고취해 보자고 생각하게 됐지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소재가 너무 한정됐어요.
지구사랑 글짓기로 바꿔 관심폭을 넓히고 대입논술훈련에도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고교생들도 참여시켰습니다.
응모자가 급증해서 올해는 각학교에 지정원고지 450만장을 보냈습니다.
해외에 특별히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해외교포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본래 정부행사가 아니지만 지난해 환경부에 이러한 얘기를 했더니
환경부장관이 와서 시상을 해줬고 올해는 환경부와 공동으로 행사를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려운 고비는 없었습니까.
<> 김회장 =1, 2차 오일쇼크때 어려웠습니다.
또 해상에서 몇번 죽음에 직면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겁나는 것이 없습니다.
-끝으로 해양인으로서 한말씀해주시죠.
<> 김회장 =일찍이 최남선 선생은 우리가 바다를 잊음으로 해서 첫째
웅대한 기상을 잃었고, 둘째 가난해졌으며, 셋째 문약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위를 선양한 장보고장군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해양지향
때는 국운이 성했고 대륙지향 때는 국운이 위축됐습니다.
왜구가 성하면서는 해변 100리안으로 집도 못짓게 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좁은 땅에서 안으로 안으로 들어와 안에서 싸우고 문약에
빠지게 됐지요.
우리는 훌륭한 해양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원수는 한때 5만~6만명에서 이제는 1만2,000명으로 줄었습니다만 이들이
순수하게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4억달러가 됩니다.
또 우리나라의 자연조건은 매우 유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해양입국 해야 합니다.
해양부로 바다행정이 빨리 일원화돼 종합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해양부는 국민들이 해양지향이 되도록 사고를 바꿔야 합니다.
< 정리=채자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
제1회 바다의 날 행사에 맞춰 대통령이 발표한 해양부 신설을 보는
동원그룹 김재철회장(61)의 감회는 남다르다.
누구보다도 해양부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사람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그는 "해양을 지향했을 때 우리나라의 국운이 성했고 대륙을 지향했을 때
국운이 쇠했다"면서 해양부 신설을 계기로 천혜의 요건을 갖춘 우리나라의
자연적 특성을 살려 해양입국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종천 사회1부장이 행정쇄신위원회 기업경영위원회 등 각종 외부회의로
바쁘디 바쁜 그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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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부신설로 감회가 새롭겠습니다.
기회있을 때마다 해양부설치를 주장해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 김회장 =우리나라는 해양선진국입니다.
조선은 세계2위이고 수산은 9위, 해운은 10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동물성 단백질 공급량의 50% 이상을 수산물에 의존하고 있고
수출입화물의 95%이상을 바다를 통해 운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변바다는 죽어가고 있고 수로가 막혀 외국 배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다를 관할하는 종합적인 해양행정이 이뤄지지 못한 때문입니다.
해양산업에 대한 행정이 12개부처 3개청으로 나뉘어 관련업무가 부처간에
중복되기도 하고 손이 못미치는 사각지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청장이 국무회의에도 참석못하다보니 제대로 현안을 다루지 못해왔습니다.
이제 부가 생겨 권익을 대표하는 장관이 생기면 이런 문제들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봅니다.
-해양부 신설후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만 신경을 쓰게 되지
않을까 수산업계에서 우려도 하고 있는데요.
<> 김회장 =해운항만쪽의 투자외형이 크나 연간산출량을 놓고 보면
수산업쪽도 상당히 큽니다.
종사인원도 수십만명에 달하고요.
어느쪽의 비중이 높다 낮다 할수 없습니다.
수산 해운이 대등하게 되도록 조직도 짜야 된다고 봅니다.
수산업쪽은 규모가 작아 피해의식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압니다만
정부가 알아서 하지 않겠습니까.
또 해양부가 신설되면 아무래도 관련 기능은 통합이 되겠지요.
바다환경문제도 해양부에서 맡아야 할테고요.
정부조직에 일시적인 진통이 있겠지요.
그러나 이는 해양자원과 관련된 총체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겁니다.
-신설되는 해양부는 1, 2, 3차산업이 망라돼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습니다.
<> 김회장 =해운 수산 등은 1~3차 산업이 합쳐 있습니다.
수산의 경우 배에서 냉동 가공하는 2차산업, 외국에 수산물을 파는
무역행위가 합쳐져 1~3차산업이 섞여 있습니다.
해운도 통관 짐나르기 등으로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원래 옛 해무청안에 수산 해운 시설국이 통합돼있었는데 현재 국 하나
하나가 옛 해무청보다 커진 폭이 됐지요.
-해무청은 왜 없어졌습니까.
<> 김회장 =5.16후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할때 일본측이 평화선을 없애라고
요구했더랬지요.
해무청이 반대했는데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분해한 겁니다.
그후 어땠습니까.
바다가 기름에 오염되면 장소에 따라 주관부서가 다릅니다.
48시간내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어민들이 아우성을 쳐야 움직입니다.
진작에 해양부가 설치됐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 저런 문제로 기득권층의 눈치를 살피다보니 신설
논의가 10년을 끌었습니다.
-해양부 신설은 대통령 선거공약이기도 했습니다만 신설로 이어지기까지는
김회장의 영향이 컸다고들 합니다.
<> 김회장 =해양부 설치는 많은 해양인의 바람이었습니다.
선거때마다 어업조합 등이 연명으로 해양부 신설을 주장해 왔지요.
오랜 바닷사람들의 숙원이 풀린 겁니다.
해양부신설 발표후 많은 분들이 축하해 왔습니다만 "내가 왜 축하를
받아야 합니까"라고 되묻곤 했지요.
-해양부 신설을 주창하실 때 "그림"이 있었을 텐데요.
<> 김회장 =물론 그렇죠.
단적으로 말해 우리나라의 국토개발정책은 육지에서 바다를 보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국토개발이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는 지하자원이 부족하다고들 합니다만 해양자원은 세계적인
보고입니다.
중국은 한쪽면으로밖에 바다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의 황하유역은 바다가 낮아 큰 배가 못다닙니다.
또 러시아는 극동에 블라디보스토크항이 있지만 그 외에는 겨울이면
전부 얼어 항구로 쓸 수 없습니다.
일본은 육로보다 배를 이용, 운송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점을 국제경쟁력 우위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보다는
입지가 좋다고 볼수 없습니다.
반도국가로서 국토보다 넓은 대륙붕을 가지고 있고 리아스식 해안과
적당한 수심을 갖춘 우리나라는 동북아시아 중계항구의 역할을 맡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계5대 컨테이너항에 홍콩 싱가포르 로테르담 대만의 카오슝에 이어
부산이 5위에 꼽히고 있지요.
-해무청이 의당 존속됐어야 할 부처라고 본다면 이번 해양부 신설은
"역사 바로세우기"로도 볼 수 있겠네요.
<> 김회장 =그렇습니다.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에서 지적했듯이 지구자원은 한계에 왔습니다.
이제는 바다자원을 안쓰면 인류가 살수 없습니다.
수산자원 1억t을 축산물로 충당하려면 5억t의 곡물이 필요합니다.
세계 곡물생산량이 18억~19억t임을 감안하면 이로인해 지구가 황폐해질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그러나 바다자원을 보면 남빙양 고래의 먹이인 크릴 새우만해도 연1억t은
잡을 수 있습니다.
결국 바다에서 자원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류도 해운에 의존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습니다.
4면이 바다인 일본은 항구에서 항구로 바로 운송,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연안수송이 많은 미국은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밖에 안되고 공해도
적습니다.
우리는 14%입니다.
우리도 연안국이라는 자연조건을 이용하면 물류비절감 측면에서 엄청난
이점이 있습니다.
포철이 광양만에서 1,000~2,000t의 제품을 실어나르려면 트럭으로는
200대가 들고 200명의 트럭운전사가 필요하지만 이를 배로 나르면
한두사람이 조용히 끌고 올 수 있습니다.
공업입지를 바닷가로 하고 물류를 배로 이용해야 합니다.
-이젠 해양관련 전도사가 다 되신 것같습니다.
<> 김회장 =바다에 대한 국민인식이 낮고 정부는 바다를 방치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해양개발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10년가까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해양사가 펼쳐져 우리가 할 일도 많아지리라 봅니다.
-얘기를 돌려보지요.
요즘 원양업계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어떻습니까.
<> 김회장 =육상식량자원이 줄면서 바다쪽으로 눈을 많이 돌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산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됐지요.
이에 따라 선진 연안국들이 자기네가 직접 잡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입어료를 올리고 있습니다.
입어료로 현재 수억달러가 지출되고 있습니다.
일본 등은 정부차원에서 지원이 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업체들이 알아서 하다보니 어렵지요.
해양부가 설치되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원은 사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던데요.
<> 김회장 =수산업은 이익이 박합니다.
그러나 동원은 지난27년간 계속 흑자를 내왔습니다.
같은 업종에서 이런 기업은 없습니다.
합리화, "열성과 도전"으로 다른 곳과 차별화했습니다.
직원들이 힘들지요.
채용할 때 돈을 많이 주는 곳을 원하느냐, 아니면 일을 많이 시키는 곳을
원하느냐고 묻습니다.
생산성을 강조하다보니 힘들어 더러는 도망간 사람도 있습니다.
-인재육성을 위해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김회장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원입니다.
좋은 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인재를 어떻게 잘 육성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동원산업은 사원들에게 세상의 변화를 인식시키고 자기계발을 촉진하기
위해 "목요세미나"라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데 1,060회에
이르렀습니다.
유명인사들이 연사로 나오지요.
미국 일본 등 외국에도 연수를 많이 보냅니다.
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육영재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1,100여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포일초등학교를 지원하고 있는데 얼마전 자모님들을 모셔다 교육도 시킨
적이 있습니다.
-동원육영재단의 지구사랑 글짓기대회가 성황을 이뤘다면서요.
<> 김회장 =매년 열고 있는데 올해가 다섯번째입니다.
작년에 23만명, 올해는 42만명이 참가했어요.
일개 기업이 여는 행사중에 이런 예를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5일 환경의 날에 맞춰 시상을 했습니다.
-동기가 무엇입니까.
<> 김회장 =저희 그룹은 수산업이 모태입니다.
그래서 바다알리기, 바다오염 실태알리기를 통해 초.중학생의 바다환경에
대한 의식을 고취해 보자고 생각하게 됐지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소재가 너무 한정됐어요.
지구사랑 글짓기로 바꿔 관심폭을 넓히고 대입논술훈련에도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고교생들도 참여시켰습니다.
응모자가 급증해서 올해는 각학교에 지정원고지 450만장을 보냈습니다.
해외에 특별히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해외교포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본래 정부행사가 아니지만 지난해 환경부에 이러한 얘기를 했더니
환경부장관이 와서 시상을 해줬고 올해는 환경부와 공동으로 행사를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려운 고비는 없었습니까.
<> 김회장 =1, 2차 오일쇼크때 어려웠습니다.
또 해상에서 몇번 죽음에 직면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겁나는 것이 없습니다.
-끝으로 해양인으로서 한말씀해주시죠.
<> 김회장 =일찍이 최남선 선생은 우리가 바다를 잊음으로 해서 첫째
웅대한 기상을 잃었고, 둘째 가난해졌으며, 셋째 문약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위를 선양한 장보고장군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해양지향
때는 국운이 성했고 대륙지향 때는 국운이 위축됐습니다.
왜구가 성하면서는 해변 100리안으로 집도 못짓게 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좁은 땅에서 안으로 안으로 들어와 안에서 싸우고 문약에
빠지게 됐지요.
우리는 훌륭한 해양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원수는 한때 5만~6만명에서 이제는 1만2,000명으로 줄었습니다만 이들이
순수하게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4억달러가 됩니다.
또 우리나라의 자연조건은 매우 유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해양입국 해야 합니다.
해양부로 바다행정이 빨리 일원화돼 종합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해양부는 국민들이 해양지향이 되도록 사고를 바꿔야 합니다.
< 정리=채자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