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현 < 통산부 생활공업국장 >

96년 세계반도체시장의 상황은 거의 전적으로 메모리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반도체산업에 큰 시련을 주고 있다.

96년 4월까지 우리 반도체수출액은 76억7,000만달러로 전년대비 40%
신장세를 기록, 반도체수출 절대액은 증가했다.

그러나 전년대비 수출증가율이 1월에 82.3%, 2월 49.6%, 3월 42.6%로
둔화된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전년대비 오히려 1.3%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반도체수출 둔화는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과잉으로 수출가격이
하락한데 있다.

데이터퀘스트등 몇몇 전문예측기관들에 따르면 96년 세계메모리시장이
전년과 비슷한 550억달러내외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우리반도체
수출의 65%정도를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의 올해수출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메모리에 지나치게 편중된 산업구조가 당장 우리업계의 어려움을 가중
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비메모리분야의 기술개발을 적극 추진, 반도체산업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원천적으로
강화할수 있는 근간이 될 것이다.

또한 이미 확보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의 국제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가급 차세대 메모리기술개발을 소홀히 할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도체장비산업을 육성하는 일이다.

최고의 장비를 최저의 가격으로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은 타이밍과
수율이 중요한 반도체산업에서 성패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장비를 수입에 의존하고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장비의
국산화는 우리 반도체산업이 해결해야 할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메모리 비메모리등 소자의 제품경쟁력은 소자를 만드는 장비의 경쟁력에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95년 국내 반도체장비수요는 41억달러로 이중 3억4,000만달러만 국산장비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으로 국내 총수요의 90%(일본산 53%, 미국산 35%)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는 80여개의 장비업체가 있는데 이중 외국인 투자기업이 14개이며
모두 중소기업규모이다.

국내기업 대부분은 자본금 5억원미만이며 경쟁력이 취약하여 가스캐비닛
테스트핸들러 등 주로 조립장비와 관련장치를 생산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
투자기업은 비교적 규모가 크고 고급기술이 요구되는 제조장비를 생산,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이다.

우리나라 장비산업이 취약한 원인으로는 국내업체들이 정밀기계 물리 화학
등 장비개발에 필요한 기초기술이 부족할뿐만 아니라 기업의 영세성 때문에
연구개발투자여력이 거의 없으며 고급전문기술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등을 들수 있다.

또한 국내수요 대기업들은 국산장비의 정밀도 신뢰도측면에서 국산장비
사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설사 국산장비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수요확보가
어려워 장비업체의 개발의욕이 저하돼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아래서는 장비업체들만으로 경쟁력있는 장비산업을 육성할수
없으며 따라서 장비수요업체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와 정부의 지속적
체계적 지원이 바탕이 돼야할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95년이후 반도체산업협회를 중심으로 반도체장비 국산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G-7사업 중기거점 개발사업 자본재산업 육성사업 등을 통해 국산장비를
산.학.연 공동으로 개발함과 동시에 공용화가 가능한 부품의 사양을
통일하고 있다.

또 기술개발에서부터 구매에 이르기까지 수급업체간 일관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장비업체및 연구소에 직접 투자하고 외국기업유치를
강화하는 등 외국선진기술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오는 97년에는 반도체장비가 밀집돼 있는 충남 천안인근지역에 "반도체
장비기술 교육센터"를 설립, 21세기 국내 장비산업 발전에 필요한 고급
전문기술인력도 양성할 계획이다.

우리 반도체산업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1세기에도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제일의 반도체산업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산업의 장래를
좌우할 반도체장비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