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투자의 ABC중 첫째는 개성있는 작가의 작품을 고르는 것이다.

아주 평범한 이야기같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화가란 본래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아주 이기적인가 하면 상당히 희생적일수도 있다.

더할 나위 없이 대범하기도 하고 극도로 소심하기도 하다.

자신을 위해 온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사람은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조차 미안하게 생각한다.

원래 화가란 그렇다.

그래야 작품이 나온다.

우리나라 경우만 해도 전시회가 1주일에 평균 50~60회 열리니 1년이면
줄잡아 3,000여회의 전시회가 열린다.

미술관련 전공자만 연 7,000여명이 배출되며 그중 화가지망생을 10%만
친다고 하더라도 연 700여명이 화가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1년에 몇번의 전시회가 인상에 남고 몇사람의 이름이 우리
기억에 남을까.

그많은 전시회의 작품중 어떤 것이 좋을까.

결국은 화가다운 화가를 발견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 쉬운 방법은 작품의
개성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작품의 우열을 판단하는데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을수 있으나 우선
세계미술사, 특히 현대미술사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50년대의 박수근작품같은 것을 지금의 젊은작가가 그린다고
가정해 보자.

60년대의 오지호그림을 지금 30대가 그린다고 생각해 보자.

이러한 작품은 적어도 투자대상이 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현대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고가로 팔리는 작가를 생각해 보자.

예컨대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동생 테오를 통하여 헐값에 단 1점의
작품밖에 팔지 못했다.

그 작품값도 고흐는 손에 쥐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고흐의 작품은 미술시장에서 부동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미술품수집가는 작품을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90년 요절한 장 미셸 바스키아의 경우를 보자.

그는 미술교육은 물론 고등교육도 제대로 못받은 뒷골목의 건달에
불과했다.

그는 할일없이 지하철 같은데다 낙서화나 그리고 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낙서화"는 개성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것이 미술계의 주목을 끌게되어 드디어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작가의 개성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그같은 작가의 개성을 헤아릴수 있는 수집가의 눈도 중요하다.

하나의 작품이 창조적이고 개성적인가의 여부는 미술사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때문에 미술품수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선 현대미술사를
읽어봐야 한다.

이웃이 시장가니까 나도 시장간다는 식의 맹목적인 미술품 수집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애정과 관심을 갖고 개성있는 작가를 찾도록 하자.

< 가나미술문화연구소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