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판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PCS등 신규 통신사업자로 선정된 그룹들이 재계 판도변화의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계의 선두 레이스에서 최상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LG나 30대 그룹으로
진입한 한솔등이 통신서비스 사업을 스프링 보드(spring board)로 삼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들 그룹이 "통신 파워"를 앞세울 경우 재계의 판도는 어떤 형태로든
영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이번에 PCS사업자로 선정됨으로써 종합 통신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그동안 위성.교환기사업(LG정보통신) 멀티미디어기기(LG전자) 등 하드웨어
에 치중돼 있던 통신사업분야에 소프트웨어인 서비스를 추가해 완결성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내 대기업 그룹으로는 유일하게 통신분야에서 일관사업체제를 구축하게
된 셈이다.

또 이번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삼성 현대 등 경쟁그룹을 제쳤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적어도 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는 오는 98년까지는 경쟁그룹의 견제없이
서비스 분야에서 독주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 전개될 통신서비스 춘추전국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전진기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

한솔과 아남의 사업권 획득도 중하위 그룹의 판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솔은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뒤 지속적으로 사업분야를 늘려 왔다.

지난해엔 30대 그룹군에 진입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솔의 이번 사업권 획득은 결국 이같은 급팽창의 속도를 가속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아남은 그동안 신규사업 진출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권 획득
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 뿐만이 아니다.

LG 한솔 등이 최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공격경영이 가시화됐다는 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LG의 경우 올초 "오는 2005년까지 그룹의 연간 매출규모를 지금보다
6배 많은 300조로 늘리겠다"(구본무회장)는 "도약 2005" 프로젝트를 발진
시킨 상태다.

따라서 이번 사업권 획득에 힘을 받아 앞으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지
않겠냐는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물론 이들 그룹이 말대로 통신 서비스 사업권이라는 "순풍"을 받아 재계
레이스에서 어느정도 앞으로 치고 나올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경쟁을 벌여서 대단한 것 같지만 PCS나 TRS 등의
사업규모는 사실 그렇게 크지 않다"(전자산업진흥회 이상원부회장)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예컨대 PCS의 경우 통신사업자로서 선발주자인 한국이동통신등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까지는 가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또 한국중공업 가스공사등 정부투자기관의 민영화는 통신사업자 선정과
맞먹은 파급효과를 가져올게 분명해 이 싸움의 행방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통신사업자로 선정된 LG 등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계의 "대권"싸움은 이제 시작 단계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사업자 선정결과는 재계의 선두경쟁에 새로운 불씨를 제공한게
분명하다.

LG는 통신 서비스 사업권을 앞세워 대도약을 꾀할게 분명하고 삼성이나
현대는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반격에 나설 수 밖에 없어서다.

상위그룹간의 전투는 우선 각 그룹이 신규 진출했거나 진출을 추진중인
신규사업을 중심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LG는 아직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데이콤을 업고 통신사업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통신 서비스는 일단 98년 후로 물건너간 상태여서 승용차
사업에서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할 승부수를 찾을게 분명하다는게 재계의
전망이다.

현대는 논란이 되고 있는 제철분야 진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재계가 이번 사업자 선정의 결과를 "소리없는 전투"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