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물리치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회복한 미국 자동차업계가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을 향한 노사협상에 돌입, 각국이 향후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노조측은 경쟁력 회복에 중추역할을 자임하면서 그 어느때보다 근로조건
개선 목청을 드높이고 있고 사용자측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여서 험난한
앞길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가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연초에 이어 파업이 재차 발생할 경우
최근 엔저 호기를 계기로 기력을 되찾고 있는 일본업계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마저 대두된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미자동차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자동차노조연합(UAW)은 10일 포드측
사용자와의 교섭을 필두로 크라이슬러(11일) 및 제너럴모터스(GM)(12일)
등과 잇따라 접촉한다.

미 "빅3"의 노사협상의 본격 개막되는 것이다.

이번 시즌협상에선 임금보다 "고용안정" "초과근무시간"이 주요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자동차조립현장 근로자들의 평균연봉이 5만5천여달러 수준으로 여타산업
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데다 "빅3" 사용자들은 지난 2년간 사상 최고순익을
거둔 결과 "경영난" 운운하지는 않는 것.

그러나 "탄력고용"이나 "초과근무시간"에선 사용측이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대결국면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협상에 앞서 "우리는 전후자동차산업에서 경쟁력회복에 가장 커다란
전기를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측은 타국업체와 경쟁력유지를 위해 "탄력적인 고용"이 확대
되야 한다는 입장을 동시에 견지하지 있는 것.

"탄력고용"의 핵심은 핵심부문이외의 주변부문을 하청 및 계약관계로
전환, 인력및 경비를 절감하는 이른바 "아웃소싱"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 3월 GM의 오하이오주 데이튼공장 등의 노조가 17일간 파업한 것도
브레이크시스템의 외부조달방침을 밝힌 회사측의 아웃소싱 정책때문이었다.

GM은 결국 향후 3년간 해당 공장의 근로자 4백명이상을 고용키로 노조측과
합의, 파업의 불을 일단 껏지만 부품외주계약에 관한 결정권을 그대로 간직
했었다.

때문에 GM은 경쟁력제고를 위해 언제든 아웃소싱을 단행할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GM의 아웃소싱비율은 포드나 크라이슬러보다 낮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미업체의 경쟁력회복에 "아웃소싱"이 결정적 기여했다는데
대체로 동감하고 있어 다른 업체들도 이 부문에서는 양보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한다.

일본업체들의 위세에 눌렸던 지난 80년대 당시 UAW는 고용보장이나 임금
동결 등 협약등을 얻어냈지만 이후 전체근로자수는 9분의1정도 감소했다.

회사측이 퇴직이나 전직등 자연감소분을 충원되지 않은 결과다.

결원부문에는 필요에 따라 다른 근로자들을 투입, 초과작업을 수행시켜
생산을 독려해 왔다.

때문에 UAW는 신규고용을 늘려 초과작업을 축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UAW는 협상이 조기타결되지 않을 경우 타결전망이 유망한 업체를 현행
고용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9월14일 이전에 선정, 이를 모델로 공동대응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업체별 노조 소위원회와도 물밑접촉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기도
하다.

어찌됐건 세계자동차업계는 노조측의 ''고용안정''과 사용자측의 ''탄력고용''
사이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귀결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