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황금같은" 비가 내렸다.

물이 모잘라 죽어가는 잔디를 바라보며 거의 속수무책이었던 중부지방
골프장들은 10일 새벽부터 약 50mm 이상의 비가 내리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금년엔 특히 "이상한 날씨"로 골프장의 애를 태웠었다.

4월까지도 극히 쌀쌀한 날씨가 이어져 새 순이 돋아나던 잔디를
망가뜨리더니 봄을 건너 뛰어 바로 여름이 됐다.

5월하순부터 기온이 30도까지 올랐고 비도 전혀 내리지 않았다.

이런 날씨는 잔디성장에 최악의 환경.각 골프장은 잔디보호에 비상을
걸며 물대기에 전력을 다했으나 6월들어 그 것조차 한계점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7일에는 비 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 그 비는 충청이남지방을
적시는데 그쳐 경기지역 골프장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용인지방 골프장들은 "장마때까지 견디기 힘들것 같다"며 "이젠
페어웨이를 포기하고 그린만이라도 살려야 겠다"는 비상책까지 각오해야
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비가 내려 잔디를 촉촉히 했다.

수십만평의 "코스 물대기"에 무력감을 실감했던 골프장들은 "이번
비로 장마때까지 견디는데 큰 문제는 없겠다"며 즐겁게 코스정비에
나섰다.

골프장의 이런 심정들을 골퍼들은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