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의 이번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은 통신서비스및 장비산업의
경쟁력향상과 민간기업의 통신사업참여기회 확대라는 목적에 촛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참여준비기업의 연합을 유도한다던가 심사기준을 바꾸는등
선정과정에서 정부의 의도를 반영하기 위해 지나치게 "개입"한 흔적이
엿보여 시비거리로 등장하고 후유증도 상당할 조짐이다.

능력있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의지는 심사기준에서 잘 드러나 있다.

정통부는 6가지 심사사항 가운데 기술개발관련 항목에 전체점수의
절반을 배정했다.

이장관도 기회있을때마다 "세계적인 통신업체와 경쟁할수 있는 역량을
갖춘 업체를 선정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민간기업이 고루 통신사업에 참여할수 있는 기회를 주기위한 조치로는
컨소시엄 구성및 중소기업참여확대 유도, 지방사업자에 대한 대기업참여제한
등을 들수 있다.

특히 국제전화등에서는 정부가 연합을 유도, 참여준비를 해온 8개기업이
모두 대주주로 참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또 사업자 선정이후에도 참여기회를 추가로 제공했다.

정통부는 이번에 선정된 법인이 사업개시 이전에 탈락업체를 추가로
참여시키기 위해 지분변동을 요청할 경우, 이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분변경불가란 당초 방침을 어기면서까지 추가 참여기회를 제공키로
한 것이다.

또 PCS사업의 경우 우수 중소기업중 통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기업은 한국통신의 PCS자회사 설립시 상당한 비중의
지분참여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PCS장비부문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에 대해 데이콤 주식 매각토록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한 기업이 유선(데이콤)과 무선(PCS)사업을 동시에 장악하는 것을
막아 통신사업자의 "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에따라 LG그룹은 9.5 3%인 데이콤지분을 내년6월까지 5%밑으로
내려야하며 데이콤 경영권 문제가 새로운 관심거리로 부상하게 됐다.

이번 통신 사업자 선정에서 정부의 이권사업허가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마련한 것도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

통신사업의 공익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업경영의 도덕성을 심사항목에
도입한 것이 그것이다.

특히 대기업그룹의 무차별적인 사업확장에 제동을 걸기위해 계열기업
숫자나 참여업종을 따지고 자금조달계획에서도 차입대신 자기자본위주로
사업계획을 짜도록 유도한 것등이 대표적인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선정결과가 시중에 소문으로 나돌던 것과 상당히 일치해
또다시 "내정설"등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LG에 대한 내정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돌아 "정설"로 확인된 셈이
됐으며 한솔은 사업자선정방식을 바꿀때부터 의혹을 받아왔다.

정통부는 지난3월 PCS사업자를 장비업체와 비장비업체로 나눠 선정하기로
허가방침을 변경했다.

이 논리를 한솔이 앞장서서 부각시켜왔다는 점 때문에 이 수정이 곧바로
한솔을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켜왔다.

무선데이타통신쪽에서는 사업계획서 심사직후부터 특정업체 장비를
채택키로 한 기업이 모두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이에따라 다른 회사 기술로 사업계획을 마련한 기업들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있다.

한국통신의 PCS자회사설립도 난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통신의 지분율과 여기에 참여할 기업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정통부와
한국통신이 생각을 달리하고 있어서다.

한국통신은 안정적인 경영권행사를 위해서는 자회사에 대한 한통지분이
적어도 51%는 돼야 한다는 입장인데 비해 정통부는 민간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효율적인 경영체제를 갖추기 위해 지분을 50%미만으로 낮춰 감사원
감사대상에서 제외하는등 "운신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생각이다.

또 자회사에 참여할 기업들도 한국통신은 "영업에 도움을 줄수있는
회사"(이상철무선통신사업본부장)로 하겠다는 입장인데 반해 정통부는
기협중앙회 컨소시엄 참여업체를 중심으로 구성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데이콤 지분문제도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LG의 데이콤 지분문제에 대해 "문제없다"(이장관)고 분명히 밝히면서도
5%미만으로 낮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조치라는 이견이 많다.

또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 민간기업(LG)의 민간기업(데이콤)주식보유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탈법적인 행정권 남용"이란 지적이다.

어쨌던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을 향한 1년여의 대장정은 이날 정통부
발표로 마무리되고 새로운 사업을 겨냥한 2단계 경쟁으로 옮겨가게
됐다.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