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바(스위스) = 윤기설 기자 ]

우리나라는 10일 ILO의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함으로써 앞으로 국제노동
현안에 대해 발언권및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입장의 차이를 조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노동.사회문제에 있어서 주도적인 노동외교를 통해 "국익"을 대변할
수 있는 위상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또 지난해의 UN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및 올해하반기 OECD가입일정과
맞물려 우리나라의 강화된 국제적 위상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한국이 진입에 성공한 ILO이사회는 ILO의 실질적인 최고의사결정
기구로서 28개이사국의 정부대표와 노.사 각 14명의 개인대표로 구성돼있다.

이가운데 10개국의 상임이사국을 제외한 비상임이사국은 <>아시아 4개국
<>미주 5개국 <>유럽3개국 <>아프리카 6개국등 지역별로 선출돼 3년의
임기동안 소속지역의 대표국으로 활동하게된다.

이사국들은 ILO가 다루는 각종 노동현안회의에 수시로 참석, 국제노동
문제를 세계적인 조류속에서 토의하는 동시에 국가및 지역별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있다.

이같은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ILO비상임이사국 진출은 국제무대에서의
외교적 성공이라는 외양외에 상당한 수준의 부수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
된다.

특히 ILO는 각국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있는 것은 해당국이라는 "원칙"이
견지하고 있는 만큼 이사국과 비이사국간 영향력의 차이는 엄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앞으로 점차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라운드, 즉 근로기준과
무역간 연계에 관한 국제적논의에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최소한 불리한 협상조건을 피할 수 있게 됐다.

ILO의 이사국지위를 십분 활용, 블루라운드 등에 관한 국제노동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 국내 노동관계법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불식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최근 국내에서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발족으로 본격화된
노사관계제도및 노동법개정 움직임에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인 영향 또는 이사국으로서의 권리와는 별도로
우리나라가 짊어져야할 의무도 만만치않다.

우선 ILO국제노동조항이 정하고있는 기본인권문제 최저임금 노동행정
노사관계 고용정책 근로조건 사회보장 직업안전및 건강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사회문제에 대해 등한시할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이같은 조항을 비준하지않아도 별다른 제재는 없지만 비상임이사국의
위치에서 국제노동조항의 원칙과 기준을 "기본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년간 ILO측이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 꾸준히 권고해온 "복수노조
허용" "공무원.교사의 단결권보장" "제3자개입금지조항 철폐"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또 노동기준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가 개별국가의 경제발전정도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단기적으로 국내노사관계의 재정립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함께 향후 블루라운드의 운용방식이 쌍무적.다자적으로 진행된다는
점도국내 이해관계의 관철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

이렇게볼때 이번에 우리나라가 ILO의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는 사실은
밖으로는 노동외교의 강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노동의 세계화"를 이루고,
안으로는 성실한 노동개혁을 통해 선진노사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