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의 해외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순증액은
820억달러(65조원)였다.

이중에서 주식에 대한 투자는 1억6천만달러 순매도를 보일정도로 일본기관
투자가들은 채권시장에서는 "큰손"이지만 주식에 관한한 "작은손"이다.

총운용자산(94년기준)이 9,250억달러로 일본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우편저금의 경우 해외채권에는 50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주식투자는
전무하다.

운용자산 4,250억달러로 2위인 일본생명도 해외채권투자가 142억달러로
해외주식투자 105억달러보다 많다.

일본증시에 성장성이 큰 기업이 많아 굳이 해외주식투자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해외개별기업에 대한 투자노하우를 쌓지도 못했다.

또 일본자금은 주로 생명보험사나 투자은행 연기금등으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선호한다.

일본은 공금리가 거의 제로에 접근해 있어 해외채권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수 있다.

그러나 일본기관들의 해외채권투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80년대 초반 일본이 미국채를 사기 시작했을 때의 수익률은 14%로 일본
국채수익율 10%와 비교해 40%가 높았다.

따라서 일본 생보사들은 너나 없이 미국채를 매입하며 시장을 쥐락펴락
했지만 달러화는 지난 10년간 엔화에 대해 60%나 가치를 잃어 생각만큼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80년 외국환관리규정 및 외국무역관리법이 개정돼 해외투자가 본격화된
이래 일본의 해외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80년대후반.

몇몇 생보회사들은 30개가 넘는 외국통화에 투자하기도 했다.

89년에는 해외증권 투자순증액이 1,120억달러(90조원)로 최고치를 보였으며
이중 해외주식투자도 180억달러(14조원)나 늘었다.

계속 증가하던 해외투자는 버블붕괴직전인 89년을 정점으로 증가세가 주춤,
92년에는 330억달러 느는데 그쳤다.

생보사나 투자은행들이 일본증시의 붕괴와 엔화의 초강세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년새 룩셈부르크등 유럽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등 해외
투자가 다시 늘고 있다.

93년 440억달러, 94년 750억달러, 95년에는 820억달러가 증가했다.

일본 재무성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엔의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자본유출규모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재무성은 은행과 생보사들의 해외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마련했다.

장부가로만 평가하던 미국채를 장부가와 시장가중에서 택일할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운용자산이 7조3,000억엔으로 생보사중 10위인 야스다생명도 지난 5년동안
해외투자를 거의 못했지만 이자율이 제로에 가까워지자 다시 해외투자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이자율과 투자자에게 보장해준 수익률간의 차이로 생보사들이 50년대
이래 최악의 경영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해외투자는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일본보험연구소의 한 분석가는 "일본생보사들은 지진위험때문에 일부자산을
해외증권에 투자할수 밖에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에 이어 2번째규모인 일본의 연기금들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해외투자를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일본자금의 한국투자는 이중과세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거의 없다.

일부자금이 홍콩등 제3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해오다 최근 미쓰이
신탁은행이 처음으로 14억엔(100억원)규모의 직접투자를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일본자금이 한국증시에도 본격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언급한대로 일본자금은 장기투자를 선호하는바 지금 한국에 투자했다가
한.일간 이중과세 방지협정이 체결되는 시점에서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홍콩이 내년 7월 중국에 반환되면 홍콩에 투자되던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올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계자본시장은 일본투자자, 특히 생보사들의 복귀를 열망해 왔으며
실제로 그들은 천천히 돌아오고 있다"-아시아저널지가 전하는 최근
일본자금의 움직임이다.

< 백광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