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미적분학을 가르쳤지만 난 배우지 않았어(I was taught calculus, but I didn’t learn it).”언젠가 영국인 친구가 내게 한 말이다. 자신은 미적분학을 모른다며 선생님이 가르치긴 했지만 자신은 배우지 않았다고 했다. 미분의 개념이 뭔지, 그게 어떻게 쓰이는지 모른 채 문제만 풀었는데 기억나는 게 없다는 것. 필자도 고교 시절 수학 문제 유형별 풀이법을 외우고, 반복해서 풀었다. 어디에 적용되고 활용되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출출한 오후. 좋아하는 초코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최고의 기분이다. 이때의 만족감을 10이라 하자. 다음 한 입, 또 다음 한 입 먹을수록 한 입 섭취에 의한 만족감 증가분은 줄어든다. 만족감 증가분이 0이 될 때까지 먹으면 초코케이크 섭취로 인한 총만족감은 최대가 된다. 이게 미분이다. ‘증가함수에서 미분계수가 0이 될 때 함숫값이 최대’라는 게 생활에서 이렇게 적용된다. 생활 곳곳엔 수학 개념이 스며있지만 우리는 어떻게 푸는지에만 관심을 둔다.대학수학능력시험의 수학은 30문항, 제한 시간 100분이다. 답안지에 답을 체크하고 점검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한 문항에 주어지는 시간은 3분. 일명 ‘킬러 문항’이라고 부르는 고난도 문제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려면 대부분의 문항은 1~2분 내로 해치워야 한다. 문항을 보자마자 어떻게 푸는 건지 기계적으로 나와야 상위권 진입이 가능하다.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하더라도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못 풀면 ‘수학 못하는 학생’이 된다.아이가 일곱 살 때쯤 이집트 문명 전시를 보러 갔다. 아이는 이집트 문명 유물과 분위기에 매료돼 이집트 문화에 관해 묻고 찾아보며 탐구를 시작
자연은 직선을 만들지 않는다. 직선은 인간의 것이고 곡선은 신의 것이다. 스페인 예술가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의 말이다. 산, 강, 바다, 구름, 꽃과 나무 그 어디를 봐도 직선이 없다. 만유의 천태만상(千態萬象)은 부드러운 곡선의 연속이다. 대지의 표면을 흐르는 물길이, 땅 위 수많은 논두렁 길과 산길이, 하늘과 산이 만나는 등고선이 모두 굽이굽이, 구불구불하다.한국 공예품도 그렇다. 한국 예술은 근본적으로 자연을 닮아 직선보다 곡선을 중시하고 곡선으로 율려를 표현해 우주의 질서를 예술에 담고자 했다. 서양 예술이 수의 원리에 따라 공간적 조화, 정제된 화음을 중시했다면 한국의 예술은 자연스러운 율동, 즉 율려를 중시한다. 달항아리, 숟가락, 한복, 버선, 부채, 소반 다리 등 생활공예품에도 부드럽고 율동적인 곡선은 중요한 특징이다.이를 두고 한국 예술에 무한한 애정을 보인 야나기 무네요시는 한국 특유의 곡선이 고독과 비애의 정서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이것은 오해다. 이것은 비애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자연을 보고 이치를 미적 이상으로 삼은 한국민의 신명이 원천이다. 한국인만큼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며 한바탕 어울리는 신명에 특화된 민족이 어디 있는가? 글로벌 차트를 섭렵하는 K팝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신명은 비애가 아니라 불쾌를 시원하게 풀어내야만 생기는 쾌(快)다. 진정 쾌하려면 창작자가 기술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야 하며 산만한 듯하여도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즉흥적인 조화와 질서를 일구는 몰입과 신기를 부릴 줄 알아야 한다.신명이 K팝에만 있겠나. K공예의 힘도 세계적으로 드러난다. 전통공예 유산의 형태, 색, 문양 등을 복원하거
“과도한 PC(정치적 올바름) 탓에 너무 많은 표를 잃었다.”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참패에 대한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의 진단이다.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부 출전을 지지하는 등 PC에 대한 집착이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안겼다는 설명이다.PC주의를 둘러싼 논쟁은 치열하다. 지지하는 쪽은 차별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 하고, 부정하는 쪽은 너무 맹목적이라고 한다. 민주당 내 PC주의 확산의 시초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꼽힌다. 임기 말인 2016년 공립학교에 생물학적 성과 상관없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지침을 내렸다. 이른바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되며 논란과 반발을 불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동성애, 흑인을 차별하는 내용이 포함된 책의 학교·공공도서관 비치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이제 PC는 민주당의 강력한 동력이 됐다. 해리스가 대선 후보가 된 것도 흑인, 여성, 비명문대라는 조건(?)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바텐더 출신 히스패닉계 여성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도 PC주의 상징 인물이다. ‘노동 착취 기업에 세금으로 장려금을 줄 수 없다’며 아마존의 뉴욕 본사 설립을 저지한 주역이다.PC주의는 잘 작동하면 평등의 질을 제고한다. 문제는 극단주의다. 동성애에 찬성하면 선, 유보적이면 악으로 치부하는 식의 흑백논리로 만사를 재단한다. ‘남성의 시각적 강간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줘 여성 해방적’이라며 부르카를 변호하기도 한다. 피억압자의 주관적 경험과 인식을 절대적 진리로 상정하기 때문이다.도널드 트럼프는 PC주의에 대한 피로감을 십분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