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몇번의 테러사건이 일어난 후 공공기관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습니다.

이에따라 외교관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공기관에 출입조차 못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파견된 서울시 주재관 안승일 서기관은 그동안 겪었던
고충을 이같이 토로했다.

안서기관은 지난해 말 파리에 파견된 후 서울시에서 요구하는 각종
자료를 제공하고 서울과 파리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서울시 주재관으로 파견됐지만 신분상으로는 민간인과 다를 바 없고
따라서 외교관이 누릴 수 있는 세제감면등 각종 혜택은 커녕 공공기관에
접근하는 것 자체도 애를 먹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치단체의 해외진출에 첨병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주재관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안서기관은 올 가을께 "서울-파리 도시사진전" 개최를 추진하고 있고
2001년 파리와 서울수교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또 강남구와 파리 인근의 블로뉴 비앙꾸르시간 자매결연을 맺는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의 일본주재관은 오는 7월부터 동경도의 자치경험과 도시관리기법,
교통, 환경 등 각종 도시문제에 대한 대처방법등을 심층적으로 다룰
"도쿄리포트"를 격월간으로 발행키로 했다.

민선단체장이 들어선 후 나타난 눈에 띄는 변화가운데 하나는 자치단체가
외국 도시와의 교류를 통해 지역발전을 꾀하고 도시이미지를 홍보하는
활동을 활발히 펴고 있다는 것.

서울시에서 관선시대에 비해 가장 바빠진 부서가운데 하나로 국제교류과가
꼽힌다.

서울시의 경우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도시는 도쿄 모스크바 파리등 15개에
달하고 올해안에 폴란드 바르샤바, 이집트 카이로시 등과 자매결연을 맺을
계획이다.

지방도시들도 서울의 예와 다르지 않다.

올림픽 개최등으로 코리아보다 더욱 잘 알려져 큰 어려움없이 해외도시와
결연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서울시와는 달리 지방도시들의 노력은 남다르다.

부산시는 이미 12개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었고 현재 칠레의 발파라이소시와
자매결연을 추진중이다.

대구시도 미국 아틀란타, 카자흐공화국 알마타, 중국 칭다오,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시 등과 자매결연 협정을 체결했다.

대전시는 미국 시애틀, 중국 남경, 헝가리 부다페스트, 일본 오다, 캐나다
캘거리시 등과 자매결연을 맺고 통상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해외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으면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각 도시가 비슷한 상황의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다른 해외
도시와의 정보교류등을 통해 지방행정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예로 서울시는 지난 2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시와 환경.교통문제등에
대한 공동 토론회를 개최하고 도시관리기법등에 대한 의견과 기술을 교환
하는 장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지역발전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에게 해외에
도시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것은 곧 해외기업의 유치와 지방에 소재한
기업의 판로개척으로 이어진다.

특히 빈약한 생산기반을 갖고 있는 지방들은 해외진출에 더욱 열성이다.

대표적 농도인 전라남도는 오는 7월과 9월에 각각 일본과 미국에서 농산물
전시판매행사를 가질 예정이고 11월에는 일본 기업인 30여명을 초청하는등
해외시장개척과 해외기업유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충청남도도 올해 4회에 걸쳐 동남아지역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할 계획이고
올 7월과 11월에는 각각 러시아 아무르주 박람회와 독일 뮌헨전자부품
박람회 등에 참가, 해외시장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흥권 서울시국제협력관은 "세계화시대를 맞아 국가차원의 외교보다는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릴수 있는 도시외교가 더욱 강조돼야 한다"며 "몇몇
특정 도시에만 편중된 외교를 펴는 등 문제점을 극복한다면 도시외교는
자치단체의 자율역량을 확대하고 국제적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홍보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