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 물든 다운사이징, 아침햇살에 빛나는 업사이징."

지난 수년동안 미업계를 휩쓸어 온 다운사이징(Downsizing, 감량경영)의
물결이 약해지고 있다.

대신 업사이징(Upsizing, 증량경영)의 물살은 빨라지고 있다.

올들어 지난 5월말까지 미대기업들이 발표한 감원자수는 25만명.

숫적으론 상당히 많다.

그러나 95년 동기에 비하면 절반도 채 안된다.

90년대들어 경영효율제고라는 미명아래 거의 모든 기업들이 추진해온
다운사이징의 쇠락을 알리는 징후다.

이런 가운데 종업원을 늘리는 기업들은 속출, 다운사이징시대의 퇴장과
업사이징시대의 도래가 엿보이고 있다.

최근 1-2개월사이에 미대기업들이 발표한 직원채용계획인원은 5만명이
넘는다.

지난 3-4년사이에 종업원을 늘린 대기업들이 거의 없었던 점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종업원수를 늘리는 업사이징의 선두주자는 IBM.

이 회사는 작년말 이후 1만5천명을 신규채용, 업계에 업사이징의
시작종을 울렸다.

최근에는 올해중에 1만명을 더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IBM은 3-4년전 미업계에 다운사이징바람을 처음으로 일으킨 기업중
하나였다.

이 IBM이 다운사이징에서 업사이징으로 방향을 틀자 업계에서는
"90년대말은 업사이징의 시대가 될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IBM이 업사이징의 팡파레를 불자 종업원확충에 나서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AT&T 제록스 체이스맨해턴 K마트 보잉 시어즈리복 MCI 벨사우스......

이미 신규채용에 나섰거나 증원계획을 발표한 대기업들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 몇년동안 적게는 몇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의
직원을 해고한 업체들이다.

AT&T는 지난달 올해안에 1만5천명을 새로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3년이후 올초까지 모두 7만명의 직원을 문밖으로 내몰았던 AT&T였다.

93년에 전체직원중 10%인 1만명을 잘라냈던 제록스는 올 1.4분기에
8백명의 인력을 보강했다.

3년전 5만명을 길거리로 쫓아냈던 시어즈리복은 금년에 1만2천명을
새로 고용할 계획이다.

지난 93년부터 작년까지 역시 5만명을 해고한 보잉도 올해안에 8천여명을
채용할 방침이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다운사이징의 열기가 식고 업사이징의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다운사이징의 실패와 성공이라는 전혀 상반되는
결과때문이다.

일부기업들은 다운사이징전략이 성공, 경영효율이 높아지자 종업원을
고용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대폭적인 감원으로 단위당 노동비용이 줄자 기업의 경영실적은 좋아졌고
그에따라 확대경영으로 돌아설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기업들은 다운사이징이 별 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자 다시 인원
확충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90년대들어 다운사이징을 실시한 기업들중 절반정도가
경영실적악화 또는 정체를 겪고 있다.

남아있는 직원들은 언제 자신들에게도 닥쳐올지 모를 해고에 대한
불안감으로 근무의욕과 사기가 떨어진 탓이었다.

또 경험많은 고참직원들이 회사에서 밀려나면서 그들과 함께 기업의
축적된 노하우가 사라진것도 다운사이징을 실패작으로 만들었다.

다운사이징에 대한 비난여론도 업사이징의 싹을 틔우는 중요한 배경이다.

올들어 미전역에서는 기업들이 주주들과 경영진의 배를 불리기 위해
일반직원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비난으로 들끓고 있다.

종업원들을 해고시킨 기업총수들은 "살인청부업자"로 묘사될 정도다.

이제 전세계적인 다운사이징붐을 일으켰던 미기업들이 업사이징으로 눈을
돌림에 따라 유럽 일본등 다른 지역에서도 업사이징의 물결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