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장한 반도체 회사들이 그룹에 충분히
"보은"하기도 전에 "수익성 악화"라는 복병을 만났다.

해당 전자회사들과 그룹으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과실을 충분히 따기도 전에 찾아온 불황이어서 당황스럽다"(삼성그룹
비서실)는 얘기다.

원래 반도체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쏟아부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국내 반도체 회사들은 사업 초기 "그룹"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반도체
사업을 조기에 정상화시킬 수 있었다.

"그룹 차원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반도체 강자는 없었을 것"
(삼성전자 관계자)이란 뜻이다.

따라서 반도체 회사가 그룹에 "보은"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반도체 불황은 예상외로 너무 일찍 찾아와 버렸다.

그룹에 "보은"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았다.

반도체 3사와 해당 그룹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