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하게 무더위 찌는듯 하고/
장마비 그치지 않네/
저자가 막히니 들늙은이 걱정이 늘어지고/
강물이 불으니 고기잡이배 어지럽구나/
모기와 바구미는 창문과 책상에 깃들이고/
개구리와 청개구리 부엌에 들어오네/
어느때에나 불같은 더위가 그칠까/
이마를 치며 치누에 올라 하네"

고려조의 정치가로 문명을 떨쳤던 최자의 "보한집"에 나오는 장마를
주제로 한 시다.

여기에서 우리는 "삼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달 장마에는 못산다"는 속담이
왜 나왔는지를 가늠하게 된다.

올해에도 그 장마가 이달 하순께 찾아 온다고 한다.

오랜 가뭄끝에 전해진 비소식이어서 반갑기 그지 없으면서도 지리하게
계속될 고온다습의 게절에 겁이 나기도 하고 홍수라도 질까 두렵기도
하다.

장마는 동북아시아지방 특유의 기후현상이다.

한국에선 장마라 일컫지만 일본에서는 바이우, 중국에서는 매이우라
부른다.

한반도에서는 장마가 6월중순~7월 상순에 시작된다.

7월 중순에서 하순에는 전역이 장마전에 들어간 뒤 7월말께 장마전선이
한만국경 부근으로 북상하여 장마는 끝났다.

서울의 경우 1940~80년의 통계를 보면 장마 시작일의 빈도가 6월24일이
가장 높고 다음이 6월15일이다.

아주 빠른 해에는 6월초에, 아주 늪은 해에는 7월초에 장마가 찾아 들기도
했다.

장마기간중에 장마전선의 남하나 북상 또는 일시적인 소멸로 잠시 날씨가
좋아지는 "장마휴식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장마가 끝난뒤 북상했던
장마전선이 일시적인 남하로 다시 장마건에 드는 "되돌이장마현상"이
출현되기도 한다.

장마전선이 겨울동안 하와이 방면으로 멀리 물러나 있다가 여름이
가까와짐에 따라 점차 서쪽으로 그 세력을 확장해 온 고온다습한
북대평양기단과 시베리아쪽으로부터 이동해 온 한랭다습한 오호츠크해
기단이 만나 형성된다.

여기에 북태평양고기압으로부터 아주 많은 양의 습한 수중기를 가진
열대기류가 유입될 때에는 주기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려 홍수가 진다.

장마는 인간의 생활과 활동에 유쾌스럽지 못한 자연의 현상이긴 하지만
적정량의 비를 내려 준다면 벼의 성장을 비롯 각종 용수난을 해결해 주는
행운의 전령사가 될 것이다.

그렇게 볼대 장마는 분명히 야누수와 같은 존재라할수 있다.

한편으론 아주 적은 양의 비를 내리는 "마른 장마"가 되질 않길 비는
마음도 간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