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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15일자) 부끄럽지만 부인못할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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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행정규제가 관료부패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의회조사국(CRS)은 "한국의 시장개방전망"이라는 대외비보고서를 통해
    한국시장진출을 위해선 "떡값지출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각종
    규제조치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정부가 1,500개의 규제가 철폐됐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외형적 변화이거나 절차에 관한 것"이고 "94년말 현재 행정규제는
    1만1,715개로 1년전보다 오히려 320개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미의회보고서의 내용은 따지고 보면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규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담당공무원들에게 잘 보이지않으면 아무일도
    할 수 없다는 푸념은 사업자들이면 누구나 하는 소리다.

    기업들이 음성적인 자금을 조성하지 않을 수 없게 돼있는 구조적인 모순이
    현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마침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가 기업 자금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매출액대비
    음성자금 조성비율을 조사, 이를 근거로 측정한데 따르면 94년중 기업들의
    음성자금조성액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계약서작성 허위영수증사용등 갖가지 방법으로 조성된 이같은 기업
    음성자금이 흘러간 곳은 과연 어딜까.

    각종 인허가를 받을 때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기업들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료"로 담당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게 보통이다.

    올들어서만도 몇건이나 됐던 공무원독직 사건만봐도 그렇다.

    금융실명제실시로 음성적인 자금을 조성하고 보유하기가 훨씬 어려워졌을
    것인데도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기업비자금 이 존재하는 이유는 따지고보면
    간단하다.

    "한국에서는 사업에대한 성공여부가 제품의 질과 가격이라는 요소보다
    특혜와 인가를 성공적으로 받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미의회보고서의
    지적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지만,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관의 힘이 절대적이고, 관에 잘못 보이면 될 일도 되지 않는 풍토아래서는
    부패추방은 요원하게 마련이다.

    법률적인 뒷받침도 없는 통첩등 행정지시 하나로 신규참여를 막을 수 있는
    만능의 행정풍토, 제도적으로 자유화 돼 있어도 "국민경제적 필요" 등
    추상적인 이유로 언제든지 실질적으로 인허가권을 행사할수 있게 돼있는
    행정편의위주의 갖가지 규정아래서는 관에 잘보이기 위한 노력은 불가피
    하다.

    그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고 보면 기업들의 음성적인 자금조성은
    결코 없어질 리가 없다.

    기업에 대한 일반적인 거부반응이 확산되고 계층간 갈등이 증폭되는 등의
    사회적인 마찰이 빚어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부패가 원인이다.

    기업을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존재로 인식하기보다 부패의 원천으로 보는
    시각이 그 근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마찰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본다면 행정규제 완화는 단순히 기업의 편의를 도모해주기 위해
    필요한 정도의 과제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규제-부패-사회적 마찰의 악순환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행정규제 완화는 지금 우리가 봉착하고 있는 갖가지 문제를 풀기 위한
    첫 걸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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