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종합상사 일본 스미토모상사가 영국 베어링스에 이어 파생상품
이라는 자본주의시대의 신종도박에 또 한번 걸려들었다.

스미토모가 거액의 돈을 날린 도박판은 파생상품의 하나인 "구리의 선물
거래".

선물거래는 밭떼기를 세련화한 형태로 보면 된다.

상품을 미래의 어느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거나 팔겠다는 계약이다.

밭떼기를 하는 농부는 흉작이거나 시장가격이 폭락했을때 져야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풍작을 거두거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버리는
셈이다.

사들이는 중개인는 정반대의 입장에 놓이게 된다.

한쪽이 이익을 보면 그만큼 상대방은 손해를 보는 제로섬게임인 셈이다.

따라서 투기성이 짙다.

선물거래는 위험을 없애는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보는 사람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큰 돈을 걸면 횡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거액을 날릴 위험도 크다.

"양날의 칼"의 성격을 지닌 것이 파생상품이다.

스미토모상사(구리) 나베어링스(주가) 다이와은행(채권) 모두 선물에 손을
댔다가 패가망신한 경우다.

그렇다고 파생상품이 반드시 함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위험(Risk)관리를 통해 투자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89년말 1조7천억달러였던 전세계 파생상품거래잔액이 지난해에는 15조달러
(미의회보고서)로 6년만에 9배 가까이 늘어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것도 파생상품의 긍정적인면 때문이다.

문제는 거래인들이 "위험관리"보다는 큰 돈을 따겠다는 "투기성"에 촛점을
맞춰 무모한 베팅을 한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발생한 대형파생상품 사고는 하나같이 투기를 목적으로한 도박
에서 비롯됐다.

사고때마다 감독강화의 필요성이 지적되는데도 불구하고 도박성 대형
투기가 계속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파생상품 특성 탓이다.

기업들은 대개 파생상품거래를 1~2사람의 전문가에게 일임한다.

담당자가 거래내용을 보고해도 상위감독자가 "까막눈"이나 다름없을 경우
사고의 위험은 증폭된다.

하마나카부장이 10년간이나 사규를 어기는 불법거래를 계속하면서도
발각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생상품 사고를 막기 위해서 상급 감독자들이 투기성 불법거래를 감시할수
있는 전문지식으로 무장하고 탄탄한 위험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