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의 무법자 폭주족이 단속 경찰관을 집단으로 위협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지난2일 새벽 성남시에서 폭주족 20여명이 각목 쇠파이프로 112순찰차의
경찰관을 위협한 사건은 단순한 폭주족문제가 아니라 사회저변에 깔린 탈선
청소년문제의 심각성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오토바이의 소음기를 불법적으로 떼어내고 충격흡수기를 개조하는등
성능을 높인 오토바이로 한밤에 굉음을 내며 미친듯이 거리를 마구
질주하는 이들 폭주족은 사회에 대한 열등감과 좌절에 빠진 10대의
탈선 청소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선량한 자동차운전자들과 도로인근의 주민들까지도 불안에
떨게 만든다.

경찰은 해마다 3~4차례 "폭주족들과의 전쟁"을 선포, 그들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의 도로를 불시에 차단하여 그물망식 단속을 벌여왔다.

그러나 대부분 헬밋등 안전장구 미착용이나 불법부착물등으로 1만~4만원의
과태료나 범칙금을 물리는 것이 고작이어서 폭주족의 근절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한다.

더욱이 엄청난 속도로 달아나는 폭주족을 추격하는 것은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어서 경찰로서도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선진국에서 흘러 들어온 국적불명의 이 저질문화가 사회에 끼치는 병폐를
감안할때 폭주족은 청소년 선도차원에서라도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관계법규를 고쳐서 엄한 벌을 내릴수 있게 하는 한편 경찰이 매번
강조하듯 끝까지 추적.단속하는 열의를 보여 뿌리를 뽑아야 한다.

다만 사회적 열등감과 좌절감에서 비롯된 광기가 문제청소년을
폭주족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참작, 당국이 탈선 청소년을 감싸안는
사회적기능을 확대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김영희 <서울강남구대치동>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