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청주대 경영학과 교수>

얼마전 서울시 교육청은 올해부터 고등학교에서 실시되는 종합생활기록
부제도가 절대평가에 의하여 나타나는 부작용을 조사해보니 서울시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특히 입시반영률이 높은 국어 영어 수학등 과목에서
지난해에 비해 평균10점이상이 인플레 되었다고 밝혔다.

이것은 우리의 대학 입시제도가 어떤 형태로도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얼마전에는 대학입시에서 사회봉사에 대한 평가를 하겠다고 하자
"억지춘향식"으로 자원봉사하려는 몸부림이 우리 사회를 강타한
적이 있었다.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일이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예부터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고 사회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인격도야의
도량(도장)이며, 나아가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라 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대학에서는 미래의 동량들이 자신의 인생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서 능력과 패기를 키워
세계를 가슴에 담아볼 수 있다.

이처럼 넓은 세상에 훌륭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는 지 덕 체의
균형적인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학교교육은 너무 지적 교육에 치중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은 공부답지 않은 공부에 너무 매이다 보니
덕육이나 체육은 물론이고,학창시절의 아름다운 낭만이나 추억은
졸업하고 난 후에도 별로 기억이 없다.

이런 수동적이고 타의적인 생활이 대학이나 사회생활에서도 결코
도움되지 않는 것을 많이 목격하게 될 때면 참으로 안타깝다.

더구나 최근에 청소년 대화의 광장이 전국의 초.중.고자녀를 둔
어머니 1,2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어머니의 학력과
가정의 경제력이 높을 수록 자녀들에게 체벌을 많이 가한다는 사실은
자녀들이 가정에서도 더 이상 지 덕 체의 균형적인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많은 청소년이 서태지의 음악에 눈물을 흘리고 김건모의 춤에
탄성을 지르는가에 대하여 우리 교육은 다시 생각하여야 될 것이다.

기업들은 지금 세계 초일류가 되기 위하여 고객만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사회의 미래고객은 바로 청소년들이다.

우리사회의 미래는 이들이 얼마나 꿈을 키우고 젊음을 마음껏 발산
함으로써 야망과 패기를 드 높일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보면, 우리의
학교와 부모들은 눈높이 교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자녀가 무조건 지적 교육에 의한 일류대학에 진학해주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이들의 신세대 문화를 이해하고, 가까이 가서 대화하고, 같이
땀흘리면서 세대간의 교감을 찾는 눈높이 교육이 무엇보다 아쉬운
현실이다.

우리의 청소년들도 지금은 기름진 식생활과 운동부족 및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중압감으로 심신의 불균형과 독서보다는 대중매체의
접근에서 오는 정서적인 불안을 해결하기위해 외국의 청소년들처럼
체육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언뜻 보기에는 운동이 자칫하면 격렬해져 잘못하면 다치고 힘들어, 하기가
꺼려지지만 이런 운동을 통하여 우리청소년들은 젊음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생각이 깃드는 것처럼 심신의
균형적인 발달도 기할 수 있다.

또 단체생활을 통하여 선후배나 동료간의 따뜻한 우정과 사랑도
배울 수 있으며, 조직에서의 질서와 규칙도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낄수
있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학교에서도 가능하다면 전 학생들이 한가지씩의 운동부에
들어 그야말로 체육을 함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가끔 외국에서는 본업이 변호사나 의사이면서 올림픽에 선수로 참여하는
것을 보게되는 것처럼 체육도 우리 청소년들의 인격도야에서 더 이상
간과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고등학교의 성적 인플레나 대학입시정책의 혼란은 지적 교육만을 높이
외치면 외칠수록 또 다른 형태의 문제가 발생하리라 생각되어 하루 빨리
우리 고유의 균형적인 지 덕 체 교육의 정상화를 생각해본다.

음악 미술 도덕 윤리 체육은 더 이상 국어 영어 수학과목의"들러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