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필름시장의 대명사격인 미국 코닥사는 서울올림픽 내내 경쟁사인
일본의 후지필름에 곤욕을 치렀다.

올림픽 공식후원사는 코닥이었지만 후지필름이 교묘한 수법으로 역공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스포츠 그 감동의 모든 장면을 찍는다" "서울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등의 카피와 함께 주요 경기장면을 내보낸 후지의 광고공세는 시청자들을
누가 공식후원업체인지 혼동하게 만들었다.

코닥이 거액의 돈을 들여 스폰서십을 획득해 놓고도 이를 마케팅전략으로
접목시키지 못하고 수수방관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코닥은 광고물의 윗부분에 "올림픽 공식후원사"라는 문구를 집어 넣는
정도였다.

결국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키지 못한 채 투자비만 날리고 말았다.

올림픽 스폰서십을 놓고 벌인 코닥과 후지의 싸움은 국내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년 월드컵 유치경쟁은 한일공동개최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경제전쟁의 최일선을 뛰는 기업들에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월드컵이 가져올 엄청난 특수를 독식이 아닌 공동개최에 따라 일본기업과
나눠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스포츠레저산업을 "21세기 일본산업의 횃불"로 정의하고 일찌감치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해왔다.

국제적인 스포츠이벤트에 공식후원사(스폰서)로 나서는가 하면 일본
프로축구인 J리그를 성공시켜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FIFA의 공식 마케팅대행사인 ISL도 일본 최대의 광고업체인 덴츠와
아디다스가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스포츠마케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일본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금강기획 스포츠사업팀의 백도경부장은 "코카콜라 코닥 제록스 비자카드
등 다국적 기업들은 월드컵같은 대형 이벤트의 스폰서십을 획득하면 3~4년간
치밀하게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며 "대회기간을
전후로 2~3개월간 반짝 프로모션을 벌여 관심을 끌려는 풍토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외국기업의 경우 스폰서십을 획득하면 우선 사내홍보부터 시작한다.

스폰서십의 획득은 대외적인 홍보효과 못지않게 종업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자긍심과 애사심을 높여주는데 즉효약이기 때문이다.

또 주요 바이어들이나 소비자대표를 초청하여 경기를 관람시켜 주거나
각종 세일과 판촉물증정 행사등을 통해 대회에 관한 열기를 서서히 고조시켜
나간다.

관련예산도 스폰서십 획득비용의 2~3배를 더 책정하는게 상식이다.

코카콜라가 올해 애틀랜타올림픽의 개막을 앞두고 전세계에서 성화봉송
릴레이 주자를 뽑은 것이 좋은 예다.

투표를 통해 연예인과 스포츠선수를 추천받은뒤 이들과 투표에 참여했던
소비자를 직접 성화주자로 임명하는 프로모션이다.

코카콜라가 이번 이벤트에 들인 비용은 1,500만달러.

올림픽스폰서십에 들어간 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돈이다.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라는 자사의 이미지를 경쟁사인 펩시콜라가
뺏아가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이정도 돈은 아깝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중 처음으로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 스폰서로 참여한 삼성전자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 스포츠사업팀 전수익차장은 "월드컵은 하나의 스포츠행사일뿐
이를 어떻게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가는 기업들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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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복마케팅 **

후지필름이 스폰서십도 없으면서 교묘한 방법으로 올림픽에 "끼어 든" 것은
전형적인 매복(Ambush) 마케팅의 일종이다.

경기장에 회사의 이름이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단체관람을 하여 눈길을
끌거나 TV의 중계카메라가 비추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갑자기 광고프래카드를
들어 올리는 것 등이 통상 쓰이는 수법이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