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하반기 경제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 1.4분기까지만 해도 애써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던 정책당국도
슬그머니 말을 바꿨고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좀더 비관적인 예측을 하고
있다.

이같은 입장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출부진이다.

올초부터 반도체값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수출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고
철강, 섬유, 조선, 석유화학 등 다른 주력수출품의 국제시세마저 약세를
보이자 구조적인 수출부진의 늪에 빠졌다.

수출부진의 결과는 국제수지의 약화및 성장률저하로 요약된다.

원자재와 자본재를 수입하고 조립완제품을 수출하는 우리경제의 무역구조
때문에 호황때에는 수출이 잘돼도 국제수지가 적자를 보였다.

그러다가 설비투자가 냉각된 뒤에는 국제수지적자가 줄거나 흑자전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설비투자가 지난해 4.4분기부터 이미 냉각됐는데도 불구하고 경상
수지적자가 오히려 갈수록 악화되는 까닭은 단가하락으로 인해 수출감소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제수지개선은 경기하강이 좀더 진행되어 원자재와 소비재의 수입이
줄어든 뒤에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와 수출이 부진하면 경기하강세가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민간소비나 건서투자를 바탕으로 내수경기가 좋아질수는 있으나 경기하강을
반전시키기는 어려우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7%안팎 좀더 비관적인 경우에는 6%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경상수지적자도 작년의 88억달러를 넘어 사상최대인
100억달러선에 이를 전망이다.

물가도 공공요금인상 등 불안요인이 누적돼있어 안심할수 없지만 큰폭의
물가상승은 없으리라고 기대된다.

다만 물가지수와는 관계없이 생필품과 서비스값을 중심으로 체감물가
상승은 여전할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속에 실질소득감소로 인한 서민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렇게 하반기이후 경제전망이 어두움에 따라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나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수출촉진을 위해 예전처럼 행정 금융 세제지원을 하기도 어렵고 인위적으로
환율을 절하할수도 없다.

시장개방으로 수입억제도 한계가 있고 외자유입을 통제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환율과 금리를 안정시키면서 물류비용 땅값 임금등 생산원가의
구성요소를 낮춰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자는 정부대책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우리의 수출제품과 직접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엔화에 비해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간접적으로 조정할
필요는 있다.

품질개선, 생산성향상, 신제품및 신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운만큼 가격경쟁력유지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

특히 어려운때 노사갈등이 악화되면 치명적인 만큼 노사관계안정에 만전을
기해야겠다.

우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눈앞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슬기를 발휘해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