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찬바람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저금리를 바탕으로 대량의 거래를 수반하며 큰 폭으로 오르던
종합주가지수가 이달들어 줄곧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시가 이처럼 다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경기가
급랭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유화 철강업체들이 공급과잉
경쟁심화 등으로 올들어 실적이 부진해지고 있다.

지난해 상장제조업체 전체 순이익의 절반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급과인으로 지난 16일 4년여만에 처음으로 일요휴무에 들어갔다.

자동차 유화 조선 철강등도 시장개방으로 경쟁이 심화되는데다 일본 엔화의
약세로 지난해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가의 큰 줄기를 결정하는 경기는 내년 1.4분기까지 하락할 것이란게
증시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최근들어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점도 주가를 약세국면으로
몰고 있다.

지난주 CD(양도성 예금증서)가 12%이상으로 오른데 이어 3년만기 회사채
수익율도 11%대 후반에서 계속 강세이다.

시중금리의 오름세는 자금을 주식시장에서 채권시장으로 이동시키게
마련이다.

경기 하강국면에서 금리가 오르는 기현상을 두고 증권계는 국제수지적자
확대로 기업들의 운영자금수요가 늘어난데다 금리상승을 예상 만기 2-3개월
정도의 중기 차입금수요가 늘기 때문이라고 증시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증시 관계자들은 금리가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것이며 9월이후에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시 내부적으로 수급이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가 상승의
큰 걸림돌이다.

3분기에 동화 대동 동남등 3개은행의 주식 7000억원과 한국통신
엘지반도체 등 대형주들의 상장이 예정되 있어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다.

일반 고객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서 주식을 산 신용잔고와 주식
매수자금을 납부하지 않은 미수금이 고객예탁금을 웃돌고 있는 것은 주가가
오를수 없는 큰 요인이다.

올해초 신용잔고가 고객예탁금을 웃돌아 약세국면이 지속됐던 상황이
다시 재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 때문에 증시가 당분간 상승국면으로 반전
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낙폭과대에 따른 단기 반등은 예상할수 있겠지만 적어도 전저점(838)
근처까지 내려가야 바닥이 형성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될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대형주들이 이미 큰 폭으로 떨어져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고
시중금리상승이 일시적인 수급불균형 때문이라면서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동원경제연구소의 이충식 기업분석실장은 "경기가 하락하고 있으나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면서 대형주들이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어 종합주가
지수가 전저점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가 내년 1, 4분기에 최저점을 지날 것 같다면서 주가가
경기에 3-6개월 선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추석전까지는 주가가 약세국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또 최근의 시중금리 상승이 구조적이라기 보다는 신탁
제도 개편에 따른 일시적인 콜금리 상승 때문으로 2-3개월정도 후에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라면서 주가가 840선내외에서 바닥을 형성한후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주병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