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조가 17일 쟁의 찬.반 투표에 들어가 올들어 대기업으로서는
처음 쟁의행위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더구나 기아자동차에 이어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아시아자동차등
민노총(민주노조총연합) 계열의 노조들도 연이어 쟁의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자동차업체들의 연쇄 파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실시된 기아 노조의 쟁의 찬.반 투표는 오후 5시 현재 공식 결과가
나온 상태는 아니지만 노조측은 가결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는 가결될 경우 18일 아산공장에서 전체 노조원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진 후 곧바로 준법투쟁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회사측과 단체협상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빠르면
다음주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는 이미 지난달부터 협력업체인 AP사의 파업으로 프라이드
세피아 등 일부차종의 생산이 중단돼왔다.

이에따라 기아는 비상조치로 지난 8일 세피아의 패널을 찍어내는 AP사의
금형을 아산공장으로 옮겨와 세피아 차량의 일부를 생산하고 있는 상태다.

기아는 현재 AP사의 파업으로 하루 매출손실이 1백26억원에 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기아 노조 전체가 파업에 돌입, 아산및 소하리 공장의 생산라인의
가동이 전면 중단될 경우 그 피해는 훨씬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게
기아측의 설명이다.

기아 관계자는 "노조 파업으로 전차종의 생산이 전면 중단될 경우 매일
2백80억원정도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며 "여기에다 협력업체의 매출 손실
및 수출 차질로 인한 손실까지 합하면 그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17일 현재 재고물량은 총2만여대(10일분)에 불과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당초 올해 매출목표인 7조4천억원의 달성은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쟁의발생신고를 낸 기아자동차 노조는 그동안 "상급단체(민노총)
인정" "주 40시간 근무""유니온 샵"등을 회사측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기아측은 상급단체 인정은 단위사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뿐더러 주 40시간 근무조항도 자동차 업계의 수준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어왔다.

업계는 기아자동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다른 업체에 미칠
연쇄파급 효과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기아자동차에 이어 아시아자동차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등
민노총(민주노조총연합) 계열의 노조들은 잇달아 쟁의발생 신고를 내면서
쟁의에 들어갈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와함께 현대자동차 현대정공등 현대그룹 노동조합총연맹(현총련) 산하
노조들도 오는 19일 일제히 쟁의발생 신고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완성차업체에 이어 부품업체들의 파업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기계는 이미 지난 13일 조합원
총회에서 파업을 결정한 뒤 17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따라 현대자동차등 만도기계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완성차업체들의 조업이 일부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밖에 다른 부품업체들도 20일을 전후로 일제히 쟁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완성차 업체들의 조업중단이 전분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업계는 올들어 경기둔화로 자동차의 내수판매가 한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도 업체들의 파업이 확산될 경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당초 내수시장이 6-8%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파업등으로 생산 차질이 지속될 경우 마이너스 1-2%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기아는 AP사의 파업으로 6월 판매실적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는 특히 올들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평가절상으로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파업으로 수출납기를 지키지 못할 경우 위약금까지 무는 등
피해는 더욱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종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