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노선을 지속하느냐, 아니면 공산주의로 회귀하느냐.

16일 실시된 대선에서 러시아 국민들은 21세기를 내다보며 중대한 양자
택일의 기로에서 망설임과 머뭇거림으로 명료한 결론을 도출하는데는 실패
했다.

자본주의 노선의 지속을 외친 옐친과 이를 수정하겠다는 주가노프 어느쪽
에도 표를 몰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17일의 일부 개표결과 예상했던대로 두진영 모두 과반수 득표에 실패,
최종심판은 7월 7일로 잠정 결정된 결선투표에서 가려지게 됐다.

따라서 옐친과 주가노프진영은 앞으로 20여일동안 1차선거의 기존지지자들
을 확실하게 묶어두는데 총력을 쏟는 한편, 나머지후보들의 표를 끌어
당기기 위해 총력전을 쏟아야 한다.

옐친과 주가노프진영 모두 2차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는 이념과 정책노선을
가리지 않고 연합세력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겉으로는 "공동의 적"를 명분으로 합종연형이 이뤄지겠지만 실제로는 집권
이후의 지분을 담보로한 물밑협상이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정세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때문에 1차선거에서 탈락한 후보들은 때문에 2차선거에서 누가 더 당선
가능성이 높으냐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 연합전선구축 대상을 고를 것으로
보인다.

1차선거결과를 두고서는 옐친과 주가노프진영 모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유리한 상황"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선 옐친후보진영은 개표초반부터 주가노프를 2-3%포인트 표차로 꾸준히
앞서 나갔고, 공산당지지표는 전체의 30%선에서 크게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2차투표의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1차선거결과는 당초 옐친후보진영의 예상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
이어서 내부적으로는 위기감도 적지 않다.

선거운동기간중 옐친후보의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었던 관영언론들은 선거
직전까지 공식여론조사에서 옐친후보가 주가노프후보를 10%이상 앞지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결과는 의외의 접전이었다.

이에대해 옐친진영의 핵심참모였던 게오르기 사타로프 대통령정치자문관은
"일요일에 선거를 치러 다수의 자유주의 성향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이들은 공산당집권 가능성이 대두될 경우 2차투표에는
반드시 옐친에게 표를 몰아줄 것으로 내다봤다.

옐친진영은 또 1차선거를 통해 결정적인 케스팅보트를 거머쥐게된
알렉산드르 레베드후보가 자기진영에 손을 들어주고 득표순위 4위의
자유주의 경제학자 야블린스키의 지지표도 친옐친성향의 표여서 2차선거
에서는 50%이상의 득표를 무난하다는 계산이다.

이를위해 엘친은 선거직전부터 두 후보측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재집권이후 정부요직을 약속했다는 사실을 관영언론들은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주가노프진영은 옐친과의 표차이가 예상보다 훨씬 작은 것에 고무된
듯 "옐친의 지지기반은 점차 붕괴되는 추세"라며 2차선거에서의 역전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특히 공산당 지지자들은 확실한 믿음과 의지를 지녀 움직이지 않는
유권자들인데 비해 옐친 지지세력은 후보자신만큼이나 변덕스럽고 휘발성이
강하다는게 주가노프진영의 분석.

따라서 주가노프의 참모들은 군소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옐친의 실정에
염증을 느끼거나 경제개혁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집중 공략하면 20여일뒤
크렘린 재입성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8일자).